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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OOKS

김초엽 x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by 매실이 maesiri 2023. 5. 21.

김초엽 x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내가 넘 좋아하는 김초엽 작가님. 2년 전에 처음 접하고 폭 빠져버린 김초엽 작가님의 세계관(?)

기술의 발전으로 먼 미래에 일어날만한 일들을 때론 슬프게, 때론 로맨스하게  쓰셨었는데 요번에 읽은 <사이보그가 되다>는 그 이야기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약간의 힌트가 되었다.

2021.07.30 - [책 BOOKS]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김초엽 지난달 글쓰기 모임을 하는데 30년 뒤 2051년의 내 하루를 쓰는 것이 주제였다. 글을 서로 공유하기까지 2주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는 여느때와 같이 그 중 12일을 아무 생각없이 지냈으

happy-chipmunk.tistory.com

 

보청기와 컴퓨터 자막과 함께 사는 김초엽님, 휠체어와 함께 살아온 김원영님은, 자신들이 어찌보면 각자 의존하는 기계와 결합한 '사이보그'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사이보그로 사는 것에 대한 책이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책이라는 뜻도 된다. 두 작가는 몇가지 공통된 주장을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변주하여 썼다. 

 

나는 나름대로 약자들에게 관심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내가 꽤 무관심하다고 느꼈다. 

어떤 주장들은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다. 읽으면서 재밌기도 했고 피로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평소에는 건드려보지 않은 다양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하게끔하고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어볼만 한 책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낙관을 가지는 것.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는 걸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고 하는데, 두 작가님들은 이 사상이 기술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백인남성, 부유층의 관점에서 생긴 사상이고 장애인 대부분의 입장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게 보셨다.

 

무지하게도 이런 논쟁을 처음 들어본 나로서는,,, 조금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조장치를 개발하고, '온정한' 기술이라고 마케팅하는 것이 비장애인들을 좋은 기술을 제공하는 '수혜자'로 만들고 장애인들에게 갈 초점을 뺏어간다고?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한 것인데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 펀딩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조금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런 기술들이 아직 매우매우 비싸고 (정확한 비용은 기억안나지만 보급할 정도의 비용이 절대 아니었음 ㅠㅠ) 아직까지 이런 '장애의 종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혜택을 많이 받는 백인 남성, 돈이 많은 계층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비판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장애를 종식시킨다는 표현 자체가 장애인들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 구원해야할 사람으로 생각하게 하니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는 개발자로서 투자받기 좋은 슬로건이 될지언정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긴 하다.

 

나는 모든 입장을 다 이해하고 싶은데, 어떨 때는 이쪽을 옹호하는 편이 더 도덕적이고 옳은 것 같은데 (주로 소수자의 편) 그게 머리로 가슴으로 잘 안될때가 있다. 읽고서 한 일주일정도 머리 저편에 묻어두었다가 어제 효를 만나서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자신도 출근길에 장애인 지하철 시위로 40분을 찝찝한 지하철에 갇혀 있느라 엄청나게 머릿속으로 모순적인 생각들이 오고갔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장애인 법 개정을 할 때 장애인들이 의회 앞에서 기면서 극단적인 행태의 시위를 하고나서야 진전이 있었다며,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들로 목소리를 내어야지만 바뀌는 게 있는 걸 알지만.. 그렇지만 너무너무 짜증이 많이 났었다고. 아마 많은 시민들이 그날 지하철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발전, 개발에만 힘쓰고 보편화, 공정한 분배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인가보다. 도시공부를 할 때에도 늘 정치인들은 더 많은 일자리, 더 많은 수익을 약속하지만, 그로인해서 파괴되는 것은 주로 덜 가진 사람들의 터전이고 문화들인데 (이런 행태?를 Growth Machine이라고 한다).  장애인들을 위해 더 좋은 기술개발을 약속하고 성과를 축하하는 모습에 서는 장애인이 소수라는 이유로 이런 현상이 없을 거라고 넘겨짚었던 것 같다. 

 

장애인의 수가 우리나라에서 비율 상으로는 20명 중에 1명이라는데,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으니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으면서 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너무나 멋진 필력으로 얻은 유명세를 소수사회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쓰신 게 대단하다. 한 사회를 대표해야한다는 중압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런 도전을 하신 모습 자체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본다. 여기엔 기록하지 않은 흥미로운 뽀인투들이 많았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관심이 있고 이런 논의들에 입문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무조건 추천드리고 싶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절감하구.. 앞으로도 열시미 읽겠다는 또 한번의 다짐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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