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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OOKS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by 매실이 maesiri 2021. 7. 3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난달 글쓰기 모임을 하는데 30년 뒤 2051년의 내 하루를 쓰는 것이 주제였다. 글을 서로 공유하기까지 2주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는 여느때와 같이 그 중 12일을 아무 생각없이 지냈으며 1일은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남은 1일동안 이것저것 끄적이다가 결국 결과물을 못 내놓았다. 기후 때문에 어쩌면 얼굴을 늘 가리고 살지도 모르겠네.. 여름에는 낮에 활동을 못 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지금 먹는 음식들은 더이상 못 먹을지도 몰라..  이런저런 공상만 할 뿐 화면에 이를 옮기지는 못했다.

 

모임에 오고보니 원래 글을 많이+잘 쓰시던 모임장님을 빼고는 글을 완성해온 사람이 없었다. 모임장님에게는 죄송했지만.. 소설 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단 걸 이 공대생 출신 삐약이는 처음 알았지 무야.. 그런 경험을 하고 얼마 뒤 마주한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내게 조금은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마도 아무 생각없이 읽었다면 그냥 오! 재밌다! 하고 읽었을테지만 소설쓰기에 보기좋게 실패하고서 읽는 재미있는 소설이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 <) 나에겐 아몬드 넥스트레벨.. 

 

1. 김초엽 작가님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에 실은 모든 단편들에서 과학 기술의 개발이 인류를 결국 행복하게 할 것인지, 기술의 개발이 가져올 새로운 행복은 무엇일지 그리고 새로운 불행은 무엇일지 그렸다. 어쩐지 새로운 불행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why

 

게 중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새로운 불행은- 소설집의 제목이 나온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에서 발췌한 문구에서 엿볼 수 있다. 우주여행 기술의 발달로 저 멀리 다른 우주로 함께 이사를 가기 위해 젊은 시절 가족들을 먼저 보냈지만, 결국 노선이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게된 할머니. 빛의 속도로 조차 갈 수 없다면 비행을 하서 가더라도 다 늙어 가족들은 이미 재가 되어 없어질 터.. 사실상 원치 않게 영원한 이별을 당해버렸다. 작가님 너무 크뤼에이티v하신거아닌가요 이런 미래가 온다면 이별 노래도 아주 스펙타클해질 듯. 

 

2.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인 단편은 <관내분실> 이다. 죽은 사람의 '마인드'를 죽은 직후에 복사하여 보관하는 도서관. 진짜 3D 시뮬레이터와 마인드를 연결하면 죽은 그 사람과 진짜로 얘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의 인덱스를 누군가 지워버렸다. 엄마의 마인드는 어딘가에 있지만 찾을 수가 없다. 딸은 엄마 생전에는 엄마와 말도 잘 섞지 않았고 죽음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인덱스가 지워졌다는 말을 들은 후로 무언가 깨닫는다. 

 

엄마와 딸은 엄마와 아들이나 아빠와 딸과는 완전히 다른 관계다. 경험하진 못했지만 아빠와 아들과도 다를 거라고 확신한다. [관내분실]에서 나온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는 문장은 나와 이여사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엄마는 딸에게 나보다는 좀 더 뽀대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무시받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 딸은 엄마에게 엄마도 시대를 따라 지금이라도 더 활짝 피었으면 하는 마음. 서로 안타까워하지만 서로 답답한 마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도 변하지 않는 엄마와 딸 간의 다이내믹을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된다. 

 

3.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작가소개를 보니 왜 두 단편이 특히 돋보였는지 수긍이 간다. 두 단편이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했다고 한다 2017년에.. 그러니까 93년생 작가님이니 25살에..? 어후. 포스텍에서 대학원까지 나오셨는데 어린나이에 이런 멋진 글까지 쓰셔도 되는 겁니까 언니 앞으로 차기작들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과학 못하게 가둬두고 소설만 쓰게하고 싶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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