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인의 현대철학 책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아즈마 히로키의 <약---한---연---결>은 '관광'을 주제로 하고 있다지만, 관광보다는 여행하듯이 살면서 나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 방법,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렇게 풀어쓰면 어려우니까 관광이라고 키워드를 잡은 것 같다. 관광하듯이 살아라..
📙 그리고 '검색'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우리는 분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모든 정보를 똑같이 접하는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나의 검색 기록이 하나 하나 쌓이면서 컴퓨터는 계속해서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검색하는 단어와 알고리즘 상 가장 적합한 결과를 내놓는다. 내 친구랑 나랑 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다른 결과를 보게되는 이유이다.
히로키는 가끔씩 PC방에 가서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로 검색을 해보라고 한다. 컴퓨터가 규정한 나에 적합한 결과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결과를 받아보라고 한다. 이러한 검색이 일종의 여행이라고 말한다.
📙 왜 약한 연결인가? 왜 약--한--연--결 일까?
약한 연결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약한 연결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거의 책의 3분의 2를 읽어야 했다. 약한 연결은 우연성을 의미하는 것 같다. 새로운 검색어를 찾고, 새로운 검색 환경을 찾고, 관광객의 시선으로 살아보라고 말하는 것이 결국은 우연에 몸을 맡기라는 말이다. 그렇게 생겨난 약한 연결들이 모여서 내가 되는 것이고, 이런 약한 연결들이 많아야 낡아지고 늙어지는 것에 대항할 수 있다.
내가 작가나 편집자는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약함을 강조하려고 글자 사이에 실선을 둔 것 아닐까?
약--한--연--결이 약한 연결보다 더 자간이 약해보여서.
📙 읽으면서 놀라우면서도 기뻤던 것은, 집필 당시 히로키가 '재해의 기억을 어떻게 남기고, 어떻게 전할 것인가' 라는 아카이브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pg.43)이다. 나는 박사과정 학습계획서(지원서)를 작성할 때 나의 큰 두가지 학습 방향 중 두번째 - 서브 방향을 '재해 전후의 도시를 어떻게 아카이브할 것인가'에 대해서 썼다.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어보였는데 우연히 읽은 책의 저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반가울 수 밖에.
재해 후의 그곳을 기억하기 위해서 박물관을 만들어야할까? 공간을 만든다면 재해 전후의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까? 폼페이의 사례처럼 예술작품을 가득 넣고, 텍스트에는 감정을 넣을까? 일본의 원전 사고 사례처럼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과학적 사실만 전달하는 스타일로 전달할까?
그리고 이렇게 아카이브를 한 뒤에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하고 기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에 히로키는 비록 행복하고 밝기만 한 공간은 아닐지라도 '관광'이라는 말을 쓰자고 (pg. 82-83) 한다. 앞으로는 정보의 공개라는 것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접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내가 하고싶은 아카이빙에 대한 연구도 그럼 관광산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단순히 컨텐츠를 만드는 것까지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컨텐츠를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게 할까?까지 고민해야 한다.
📖 아즈마 히로키의 간결한 문체도 휘리릭 읽는 것에 도움이 됐지만, 기본적으로 생각들이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히로키의 다른 작품들 - <존재론적, 우편적>,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일반의지 2.0> 도 읽어보고 싶다. 특히 정보환경과 사회구조의 관계를 다뤘다는 <일반의지 2.0>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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