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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집에서 졸업식

by 매실이 maesiri 2020. 9. 7.

집에서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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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졸업식은 아예 물건너갔다. 가운 대여도 못하게 할까봐 전전긍긍했는데 대여기간 첫날에 가니 다행히 빌려주었다. 내가 빌린 후에 며칠 있다가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한동안 대여도 불가해졌었다는데 타이밍을 잘 잡은 것 같다. 

 

졸업식 가운을 집으로 들고 오다니, 내가 5년 전 학교에 입학하며 그린 졸업식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러나저러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빌린 날 학교에서 사진을 찍고 연구실에 쳐박아뒀는데 가운 반납 하루 전, 엄마가 집에 가져와서 가족사진 한번 찍자며 가져오라고 하셨다. 귀찮음 100 무거울 것 같음 200 이었는데, 조금 힘들었어도 집에 가져오니 가져오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쩜 졸업하는 나보다 더 졸업하는 것 같아 다들.

 

엄마는 입고있던 잠옷을 벗어던지고 멀끔한 옷으로 갈아입더니 밑창이 깨끗한 새신을 거실에 가져와 신었다. 아빠는 잠옷으로 버티다가 엄마에게 한소리 듣고 결국 상의만 갈아입었다. 오빠는 바지만 덧입어 사진 찍을 채비를 했다. 

 

5만원짜리 꽃다발이라며 엄마가 내민 꽃다발에는 어쩜 그리 꽃들이 화려하고 풍만한지, 아 이래서 5만원인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아니 그래도 5만원은 너무 비싸다 라고 금방 마음을 바꿨지만.

 

각자 한명씩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던지고 사진을 찍고나서야 홈그라듀에이션파티는 끝이 났다. 

시국이 선물한 순간인가... 아니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긍정 포인트를 찾은 건가. 다들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또 하나 생긴 것이라고 여기는 표정이었다.

 

벗은 가운을 개기 시작하자 금방 각자 방으로 사라졌다. 이런 나같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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