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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어른의 일기>를 읽고서 쓰는 어른이의 일기

by 매실이 maesiri 2023. 6. 2.

2023.05.29

어제 다시 미국으로 왔다. 바람같은 3주가 지나고 하루만에 15000km  떨어진  곳으로 슝..

시차적응이 안돼서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에 세번이나 깨고 시간 확인하고 자고 억지로 더 자고 그랬땁.

중간에 한번은 꿈에 엄마가 나와서 "역시 엄마만한 사람이 없지?" 하는데 왈칵 눈물이 나서 잠에서 깼다. 울면서 깬 적은 이번이 살면서 두번째 쯤 되는  것 같다. 예전에 초등학생 때 피아노 콩쿠르 나가기 전날인가 꿈에 수녀님들이 나와서 날 죽이려고 했나 어쨌나 해서 엉엉 울며 깬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오자마자 해야할 일들이 너무 다양하게 나를 괴롭히는데 룸메도 없고 J도 없고 연구실 선배들도 없고 동기들도 없어서 두렵다. 

 

2023.05.31

어제는 오후 4시반쯤부터 누워서 쉬다가 결국 6시 40분쯤부터 거의 12시간을 잤다. 미국오자마자 갔던 1박 2일 여행으로 기가 빨리기도 했고 (4쌍의 커플들 사이에 껴서 9명이 다녀옴zzㅋㅋㅋㅋ) 정신적으로도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나보다. 정비소에서 차를 찾아와야하는데 일요일 월요일 내내 전화를 안받아서 너무너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도 오늘 Katy커플이 도와줘서 차를 찾아올 수 있었다. 핸드폰도 고장이 났었는데 집에 도착할 때까지 폰을 빌려줘서 길을 잃지 않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자리를  비운 건 겨우 20일인데 왜 이렇게 일상에 고장난 것이 많아졌지. 그래도 하나하나 고쳐져서 다행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오피스 출근을 했다. 

거의 아무도 없고 윗층 공사소리만 엄청나게 크다. 왜 사람이 없는지 알 것 같다.

 

여행 중 발견한 아름다운 사과농장

2023.06.01

어제 오랜만에 발레학원에 갔다. 

왜 운동하고 왔는데 이렇게 오른쪽 어깨가 아프지?  뭔가 무거운 짐을 며칠연속 가지고 다니다 보니 무리했나보다. 이상징후는 원래 조금 지나야 나타나는 법!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 생성이 촉진된다는데, 올  여름은 운동을 많이 해서 잠도 잘 오게 만들고 도파민도 뿜뿜 나오게 해야겠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땐 내가 세상에서 제일 평온하고 제일 강하고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멘탈초강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혼자 나와있는 시간이 쌓일수록 왜 그렇게 30-40대 인생선배들, 성공한 사람들이 티비나 유튜브에서 셀프 케어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간다. 그건 그들이 연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졸라 빡세고, 우리는 모두 생각보다 나약하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도 가족과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에서 자꾸만 남들보다 잘나려고 하다보니 빨리 피곤해지고 빨리 무기력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자꾸만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신체는 기계와 같아서 어떤 성분이 부족하면 어딘가 꼭 아프지 않더라도 무력해지고 우울해진다고 한다. 진짜 나를 위한 여름을 보내려면 나한테 뭐가 부족한지 탐색하고 스스로 채워넣어주어야겠다. 밤엔 오메가 3가 오메가 6보다 많으면 항우울제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뇌신경과학자의 팟캐스트를 보았다. 어제 저녁에 생선을 구워먹길 잘한 것 같다. 

 

별 거대한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혼자 운전해서 장보고 운동 다녀온 것만으로 좀 용기가 생겼다. 아틀란타와서는 뭐든지 혼자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번 여름 독립심도 길러보고 건강 잃지 않게 스스로 열심히 돌봐야겠다. 그것만으로도 허송세월하지는 않았다고 느낄거다. 

 

오랜만에  와서 부끄러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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