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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미국박사일기. 요즘의 연구/공부 (루틴)

by 매실이 maesiri 2023. 3. 22.

지난 금토일. 중간고사로 25페이지 정도의 글을 3일만에 써내고 브레인데미지가 온 관계로 월요일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써보겠다.

 

몇 주 전에 다음에는 연구루틴에 대해 써보겠다고 해놓고 쌩깐 것이 기억났다

그러므로 이번 포스팅은 나의 요즘 연구(루틴)에 대해 쓰겠다. 

루틴에 괄호를 치게 된 것은... 루틴하게 하고 있지 않기 ㄸ.ㅐㅁ..우ㅡㅁ읍

사실 그때 뭐에 대해 쓰려고 했던건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말 그대로 요즘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쓰려고 했던게 아닐까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행정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모두 내 계획대로, 내가 원하는 곳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유롭지만, 나만의 규칙이 없다면 호롤롤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작년에 박사 시작 전, 빅웨이브에서 연구자네트워크를 하면서 연구계획을 세우는 법을 같이 익힌 적이 있다. 그땐 잘 몰랐는데 막상 박사과정을 시작해보니 사소한 계획 습관들이 내가 뒤쳐지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한번 공유해보려고 한다. 

 

연도별/학기별 계획이 이미 있다는 전제 하에..

우선, 5년 내에 한 분야의 세계 최강 전문가가 되러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대강의 5년 계획을 짰다. 

이게 사실은 3년짜리 계획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아직 그 분야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고 행정절차 상으로도 1.5 년 정도는 논문 쓰기에 몰두해야되기 때문에 뒤에 2년은 그냥 뭉뚱그려 "졸업논문 작업" 이라고 두었다. 아마도 그 시간들을 어떻게 쓸지는 2년차 막바지 쯤에 구체화할 것 같다 (부디!!). 

1,2년차 코스웍 계획

얼추 n년차에 무엇을 이룰지 정한 뒤에 그걸 학기 별로 다시 나눴다.  2열에 쓴게 학기별 게획인데 보면 알겠지만 진짜 대강 씀. 

이러고나서 보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수업은 또 왜이렇게 많이 들어야하는건지 ㅠ

 

이제 월별, 주별 계획을 세운다. 

2주에 한번 지도교수님과 1:1로 내가 관심있는 연구 주제와 관련해서 면담을 하는데, 이때 나름 심층적으로 관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2주간 나름의 공부를 해야한다. 이번학기에 내가 관심있게 보는 것은 'Climate Migration - 기후 이주' 관련 문제들이다. 특히, 기후로 인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하고, 이주민을 받는 도시들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공부하고 있다.

 

1. 관심있는 현상에 대한 기사, 책을 찾아보며 의문점 찾기 (주로 하루에 max 1시간)

사실 이건 계속 만들어가야하는 습관인 것 같다. 누가 이 분야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내가 모르면 안되지! 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려한다.

시간을 정하지 않고 내가 진짜 관심이 있어서 습관적으로 들어가면 참 좋겠지만, 나는 확신의 P라서 충동적으로 시간을 버리는 걸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정해둔다. 머릿속 한켠에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를 볼 때나 서점에 갔을 때 관련 문헌을 잘 캐치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주에 서점에서 따끈따끈한 신상책 겟!

사진 좀 잘 찍엇네

 

2-1. 현상에 대한 이론 공부하기 (필요할 때 하루에 max 2시간)

나는 어떤 사물보다는 '현상'을 깊이 탐구하는 쪽인데,

박사과정을 시작한 뒤로는 세상 거의 모든 현상에 겁나 오래전부터 천천히 자라온 '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배웠다. 인스타그램과 넷플릭스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너무 심심해서 이것저것에 이론을 부여한 모양이다.

나는 아직 병아리이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잡더라도 관련 이론들을 몽땅 찾아본다. 이론이 곁들여지지 않은 양적연구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기후이주'와 관련된 이론으로 공간 이론, 이주 이론, 재난회복성 이론 등을 공부한다.

어떤 이론을 들이대도 교수님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2-2. 현상에 대한 연구 주제, 데이터와 방법론 읽기 (필요할 때 하루에 max 2시간)

마찬가지로, 연구 주제, 데이터, 방법론, 결과를 읽는다.

사실 남이 이미 한 연구 프레임워크를 따라하는 쪽으로 짱구를 먼저 굴리게 된다. 아직 학계로 본격적으로 온지 1년도 안됐지만, 남의 연구를 따라하는게 오히려 장려된다는 걸 배웠다. 이미 저널에 실린 연구는 그만큼 검증된 방식이라는 거고, 검증된 방식을 내가 원하는 부분에 적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학습과정이고 정당한 연구과정이다. 어차피 완전히 같은 연구는 존재할 수 없다. 인용을 잘 해서 크레딧을 드리면 되는 부분.

뭐든 새로 접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사람들이 어떤 데이터를 썼고 어떻게 문제에 접근해왔는지 공부하는게 제일 큰 동기부여 + 뮤즈이다.

 

3. 쓰고 정리하는 시간 (일주일에 max 3시간 + 교수님 면담 1시간)

쓰고 정리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쓰지 않으면 완전히 읽은 적 없는 것 같은 페이퍼가 되는 마법을 매주 경험한다. 주로 Zotero로 읽고 파워포인트로 정리한다. 이렇게 정리해두면 교수님과 이야기할 때도 편리하고, 듣는 입장에서도 눈에 들어와 미팅하기가 수월하다. 

 

미팅 1시간 하고나면 머리에 쥐가 나고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내 지도교수님은 너무 광범위한 연구를 하시는 분이라서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잘 알지는 못하시지만, 같이 공부해주시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는 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좀 마음에 안들어하셨는데, 내가 몇번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라고 밀어붙였더니 내가 가져간 자료들을 보시고 가능성을 느끼신 것 같다. 이럴때 뿌듯-!!

 

주어진 과제만 하는 게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 흥미를 찾고 나니 싫지 않은 불편함? 같은게 됐다.

키가 클 때 다리가 아프긴 하지만 키크는 건 기대되는 것처럼, 매주가 스트레스이지만 앞으로의 5년이 어떻게 풀릴지 기대가 된다. 

아무도 관심 없을지 모르는 지루한 공부 얘기일 수 있겠지만, 가끔씩 진짜 일기처럼 이렇게 기록해서 나중에 혼자서라도 흐뭇하게 다시 열어보는 날이 오면 좋겠다.

 

잘 풀리면 어떠하리 안풀리면 어떠하리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거신디 

오늘도 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 글을 우연히 접한 다른 대학원생 분들도 화이팅하고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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