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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쓰는 여행일기 TRAVEL/국내여행

부산여행. 1

by 매실이 maesiri 2021. 7. 4.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와 '동네 한바퀴'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아빠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국내 여행을 자주 다녔다.

마음에 든 도시는 여러번 방문하면서 새로운 곳을 발굴해내는 재미를 배웠다. 

 

부산도 나에게 그런 재미를 주는 곳이다. 

이번 부산 여행은 이전 방문 때보다 조금 부산스러웠다. 짧은 2박 3일 여행이었지만 엄마와 내가 먼저 1박을 하고, 오빠와 아빠가 이틀째 와서 1박을 더하는 일정. 심지어 중간에 아빠는 부산 시내에 출장을 나가야해서 네가족이 모여 차분히 놀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전에 마음에 들었던 곳, 새로 찾은 리뷰가 좋은 곳들을 찾아가면서 또 한 번 재미를 찾았다.

도착 하자마자 먹은 전복죽. 콩나물 국밥도 시킨 상태였지만 배가 고팠던 엄마는 서둘러 전복죽부터 공략한다. 사진 찍을 시간 좀 주시라요! 

가족 부산 여행을 가면 주로 해운대에서 묵었는데, 팔레드시즈 호텔 1층에 있는 '원조 전복죽' 집은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여행 올 때마다 들렀던 식당이다. 특별히 다른데보다 더 맛있는 것도 아닌데.. 추억을 먹으려고 가는 집. 

 

여러 영화/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오른쪽 문은 드라마 더킹에서 이민호가 말타고 다니던 그 문!!!!!!!!!!내가 왜저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밥을 먹고 호텔에 짐을 맡긴 뒤 '아홉산 숲'에 갔다. 

차를 렌트하거나 택시를 타야지만 갈 수 있는 곳. 실은 택시비가 26000원이나 나왔다. 

 

택시 아저씨는 아홉산 숲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이 동네는 한우로만 유명한 촌구석이라며.. 

엄마가 분명 블로그에서 방문하기 좋은 곳이라고 봤다고 했는데. ㅋㅋ

나올 때 탄 택시에서도 아저씨가 여기는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봤다. 자기는 이 근처 살지만 여기에 관광할만한 게 있다는 건 처음 들어봤다고. 

그런데 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더니, 서울 친구들이 어 여기 아홉산숲 아니냐며 먼저 알아보았다. 

부산사람들만 모르는 핫플인가.. ? 

아홉산 숲의 재미는 하늘이다. 대나무 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 

문씨 가문이 대대로 소유하고 관리해온 숲이라는데, 대나무 절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문씨 후손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엄마랑 산책하면서 혹시 나한테 줄 숲 같은 거 없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매달 5천원씩 줄테니 매 달 와서 구경이나 하란다.ㅋㅋㅋ (입장료 5천원임)

아무튼 집안 대대로 숲을 관리하는 일은 꽤나 멋지고 재미있어 보인다. 몇백년동안 아무도 팔지도 망치지도 않았다니..  숲관리의 내막이 조금 궁금해졌다. 지금은 부산시에서 상도 받고 지원도 받으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태종대가 뻔해진 여행객이라면 잠시 들러 산책하기 좋다. 아니 산책보다는 등산..

엄마가 이번에 통크게 수영장 딸린 좋은 해안가 호텔을 예약해주셨다.  미국에서 온 예쁜 딸 호강하라는거지? 아무튼 내 인생 첫 인피티니 풀.

아홉산 숲에서 1시간 넘게 등산과 하산을 하고, 힙한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하고 나니 호텔 야외 스파를 즐기기에 딱 좋은 시간이 되었다. 해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사람이 호텔에 그렇지 많지도 않은 오후 4시 반 쯤.

같은 해운대지만 다른 숙소에서 다른 눈높이에서 바라보니 느낌이 다르다. 

 

해운대 이자카야 청우.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된장소스에서 불맛!이 났다.

물놀이 후 배고픔은 진짜 어찌할 수가 없다. 둘 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겨우 샤워를 했다.

숙소에서 15분 걸어서 간 이자카야 '청우'는 예상보다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다. 바에 앉아 정식을 시키면 오마카세 식으로 회를 한 점씩 올려주신다. 근데 그 맛이.. 회는 진짜 여기가 최고. 엄마랑 나랑 한마디도 안하고 올려주시는 족족 회를 먹어치우니 보다 못한 셰프님이 한마디 하셨다. 두 분 말 좀 하고 드세요~ 아이고~ 힘들어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마지막 테이블을 잡아 꽉 찬 식당을 혼자 채우고 계시는데 우리가 하도 빨리 먹어 다른 일을 하실 수가 없었던 거다. 졔송해요 ㅎㅎ

 

먹으면서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나가면서 사장님, 담주 금욜에 봬요! 하는 것을 들었다. 리뷰에서도 그랬고, 단골이 많은 집인 것 같았다. 누추한 건물에 붙어있는 오래된 이자카야 같았는데.. 여윽시 진정한 맛집은 숨어있는 법. 지금 사진들을 다시 봐도 침이 싸악 고인다. 

 

전날 폭음을 하고 늦게 들어온 엄마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렸다. 에잇 

젊은 시절 엄마였다면 쌩쌩하게 다음 날에도 나에게 2차를 불렀을 여장부시지만, 아무래도 이젠 힘에 부치시나부다.

그래도 엄마랑 하는 여행은 최고다. 엄마는 잔소리만 많은 것 같으면서도, 나를 제일 잘 맞춰주는 사람이니까..

 

아무튼 다음에 이어써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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