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부 때 컴퓨터과학 전공을 하고, 개발지식 구글링을 숨쉬듯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발자 블로깅이 활발한 티스토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처음엔 이렇게 내 생각을 끄적일 목적으로 만들지 않았으니 티스토리가 제일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매일 적을 땐 30명 많을 땐 90명까지 방문하는 공간이지만 방문자 대부분은 내가 예전에 올린 개발지식 포스트만 보고 떠난다.
마치 앞에 사람들 입맛에 맞게 정원을 잘 가꿔놓고서 나는 숨겨진 쪽문으로 연결된 비밀 정원에서 혼자 놀고 있는 모양.
지금 와서는 이게 잘한 선택이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고,
지금이 블로그가 나에게 어떤 공간인지 그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서. 주입식 교육의 결과로 남이 정의해주지 않으면 내가 만들어놓고도 모르는 나^^
넷상 공간이라는 것이 내 주위 5m 반지름으로 경계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계를 지어봤자 일그러졌다가 펴졌다가. 정해져있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일그러짐과 펴짐 사이에 있는 그 중간값을 알아놓으면 내가 좀 더 고민없이 포스팅을 자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끄적여본다
갑분중간값 골수까지 대학원생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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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로그를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나 대학원 친구들이고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티스토리에 대해 잘 모른다.
네이버에 아무래도 사용자 풀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이웃도 하게 되고 업데이트 알림이 오니까 서로 소통도 많이 하게 되고.내 친구들 블로그에 가끔 놀러가면 그런 소통이 꽤 재미있어 보인다. 내 친구들이 내 티스토리 블로그도 가끔 놀러와주면 좋겠다만, 내가 링크 공유를 하지 않는 이상 접근하기 안좋게 해놨기 때문에 :D (인스타그램이나 카톡이나 어디에나 절대로 내 블로그 주소를 오픈해놓은 적이 없어서리) 할 말 없지
어떨 땐 나는 자연스럽게 주어진 이 거리가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나도 한 때 네이버 블로그를 했었는데 내가 글을 올리는 순간 누군가 보겠구나, 누가 이웃신청을 했는데 받아줘야하나, 쓸데없이 머릿속이 복작복작해질 때가 있었다. 또 네이버 블로그는 메일주소로도 알아낼 수가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무방비로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 불-편--- 그렇다고 비밀글 이웃공개글로 채우기는 싫어서 (이미 네이버블로그는 전부 비밀글)
티스토리는 내가 문을 열고 싶을 때만 열 수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잠가놓지는 않은 공간이라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 블로그는 링크없이는 알 수 없지만 글은 전체공개인 아리송한 공간으로 두기로 한다. 나는 도대체가 어떨 땐 straightforward 한 것 같은데 어떨 땐 엄청나게 쓸데없이 복잡하다. 엄마가 왜 나를 알 수 없어하는지 알 것도 같음
앞으로 언젠가 블로그를 오픈하게 될지 아닐지 아직 알 수 없다. 오픈하게 되면 비밀의 정원과 같은 공간이 하나 사라지는 것일테니아 그렇다고해서 이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게 되는 사람들이 불편한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작고 소듕한 존재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 잠시만 그러면 존댓말로 써야할까요..?..네 그럼
2.
티스토리에 쓰는 글과 공책에 손으로 쓰는 글은 성격이 다릅니다.저는 일기를 공책에 쓸 때도 있고, 블로그에 남길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손 안아프면 공책에 쓰고 손 아프고 귀찮으면 노트북으로 쓰는 줄 알았는데 요즘 글을 쓰면서는 그 사이에 경계가 있다고 느낍니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한 지식도 이렇게 노오력해야 발굴할 수 있다니 허 참.. 피곤한 인생 ENFP는 다 이런건가요
공책에 쓰는 글은 쓸 때에도 쓰고난 뒤에도 별로 남에게 공유할 생각이 없는 글,
블로그에 남기는 글을 쓸 때든 훨씬 뒤에든 언젠가 공유할 수도 있는 글로 성격이 나뉩니다.
그렇다고 공책에 남의 뒷담화라든가 창피한 흑역사 같은 걸 쓰는 건 아닙니다. 절대아닙니다 아무튼아닙니다
또, 공책에 쓸 때는 감정과 생각을 배설하는 기분이라면 블로그에 쓰면 원래 있던 내 생각을 어지러운 책상 치우듯 정리하는 기분이에요. 바쁘디바쁜 현대사회에 수많은 자극으로 머릿속 한켠이 언제나 혼돈의 카오스인 나에게 잠깐 집중할 시간을 주어 혼란을 잠재우는 기분. 앞으로도 이 경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
저와 같이 캐주얼하게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글을 남겨볼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블로그를 핑계로 일을 더 미뤄선 안돼애애액ㅇㄱ...액
오늘의 사진은 나무에 오줌싸는 개를 형상화한 저의 행위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