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쾌변을 하고나면 묘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아 나 어제도 잘 먹고 잘 기능했구나. 나 엄청 살아있구나.
험하고 복잡한 세상, 내 몸 잘 건사하고 민감성 장 트러블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없이 좋은 하루를 보냈구나.
그것은 화장실로 윗집 싸우는 소리를 엿듣다가 왜 싸우는지 알아냈을때보다
화장실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 중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쾌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헛짓거리를 한다 혹은 헛소리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에이, 똥 싸네' 라는 관용어구는 똥쌈의 미학을 담지 못한다.
헛짓거리나 헛소리를 한 뒤에는 그것의 성취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똥 싸다 말았네', '똥인 줄 알았는데 방구였네' 같은 말이면 그나마 비슷할텐데.
일을 함에 있어서도 '똥 싼' 뒤로 그런 성취감이 느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이참에 이미 말이 그렇게 지어진 거, 내가 일로써 '똥 싼' 뒤로 성취감을 느껴볼까
성취감이라는 게 꼭 저절로 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고쳐먹어서 들게 할 수도 있는거잖아
그래, 비록 내가 한 건 똥 싼 것 뿐이지만 잘 살았고 잘 보낸거야.
영양분만 쏙쏙 흡수하고 쓸데없는 건 뭉쳐서 버린거야.
가끔씩 똥도 싸야 다음 음식을 먹지. 가끔씩 헛짓거리를 해야 다음에 가치있는 짓거리를 하는거다.
역시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렇게나 단순하다
이상 -똥 싸고서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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