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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창과 방패

by 매실이 maesiri 2021. 8. 27.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은 속으로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방패는 약하지만 창이 아주 날카롭고,

어떤 사람은 창은 그저 그렇지만 방패가 아주 튼튼한거야.

 

방패가 약한 사람은, 속이 다치고 싶지 않아서 날카로운 창을 자꾸만 더 날카롭게 만들고,

창은 그저 그렇지만 방패가 튼튼한 사람은, 방패를 믿고 굳이 창을 많이 휘두르지 않는거야.

 

나에게 창을 휘두르는 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방패가 너무 약해서 자꾸만 날카로운 창을 휘두르고,

그 창을 갈고 또 가는거야. 스스로도 피곤할텐데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을 하니 

자꾸만 주변에 상처를 주고 예민하게 구는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저 친구는 여린 속을 보호할 방패가 없구나. 

그래서 그런 거구나.

 

그 이후로 방패가 강한 나는 

그 친구가 미워서 조금씩 창을 휘두르려다가도,

멈추고 가만히 내 방패 뒤에 숨을 수 있었다.

 

내 방패를 자꾸만 상하게 하니까 관계를 이어나가지는 못했지만

나를 갉아먹은 그 관계는

훗날 내 방패를 더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역시 사람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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