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질의 식단은 더 많은 과일과 채소를 필요로 하며, 과일과 채소는 육류보다 많이 버려진다.
건강한 식단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에 따라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USDA's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University of Vermont and University of New Hampshire, 2018)
[채식과 음식물 쓰레기] 채식은 정말 올바른 선택일까?
지난 달,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에서 만난 올바른식습관연구소 2기 스터디 1주차 발제를 맡아 기후위기와 채식에 대한 발표를 해야했다. 사실은 거의 전혀 모르는 분야라 스터디를 하려고 했던 것이므로.. 무엇을 공유하면 좋을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단지 스터디 기간동안 지난 주가 가장 한가할 예정이어서 첫 주 발제를 맡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할지도 막막했기 때문에, 첫 주에 자료조사를 해보며 조금 더 지식을 넓혀보면 좋겠다했던 찰나였다. 절대로 스스로 진득허니 찾아볼 성격이 아니기에 발제를 덜컥 맡아버린 것도 있다.
같이 발제를 하기로 한 분은 이미 시즌1부터 참여하고 계셨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모임에도 훨씬 오래전부터 몸담아오셨던..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기여를 이미 하고계신 분이기에 어떤 주제로 말을 해야할까 더 부담이 됐다. 기후위기와 식생활에 있어서 조금 덜 다뤄진 부분은 무엇일까? 내가 특별히 더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주제에 대한 물음을 하다보니, 덩달아 내가 왜 이 스터디를 지원했는지, 내가 왜 식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채식, 더 크게는 기후위기와 '식생활' 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 세가지만 열거하자면. (1) 나는 매일매일 생각없이도 음식을 먹는데, 내가 먹는 행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2) 그리고 어쩌면, 먹는건 내가 매일 하는 것이기에 기후변화에 가장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습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3)비거니즘과 채식이 진짜로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내 궁금증은 순수한 물음을 떠나 의심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게 정말 먹혀? 내가 고기를 안먹는게 정말 도움이 돼?...
내 의문은 기존에 많이 접한 자료로 설득이 되지 않아 생긴 거였고, 그래서 아직까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주제를 다루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발제를 위해 내 의문 중 하나인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생산단계에서의 탄소발자국 말고, 소비자에게 도달한 후의 탄소발자국은?
고기를 먹는 습관이 기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많이 들어왔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 - 인간이 먹을 가축을 기르는데 지구 전체의 경작지 중 무려 83%가 사용된다. 인류의 10.5%가 굶는 와중에 경작지 중 17%만이 곡물을 기르는 데 사용된다는 점은 세계의 식량 불균형에 육식이 무관하지 않다는 첫번째 지표가 된다 (IPCC report). 또 먹거리 수출/수입 이동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 이후는? 소매상들에게 도달하고 나서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쳐? 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치를 근거로 들 때는 하나하나 역시 의미가 있지만, 의미가 있다는 것만으로 데이터는 쉽게 사람을 속이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흔한 오류/수법 중에 하나는 전체 과정에서의 일부만 떼어와서 수치를 들어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전기차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마치 그것이 무조건 환경에 좋은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일례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엄청난 탄소와 비공정노동력이 쓰이며 남미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리튬을 옮기는 데에도 엄청난 탄소가 배출된다. 일반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비교하여 이를 상쇄하려면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은 타야 한다. 전기차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전기차의 환경적 요인을 이야기하려면 자동차가 생산되고 이용되기까지 전체 과정의 수치를 다뤄야한다는 말이다.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전체 과정을 다루는 통계자료는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구글링...
“음식 쓰레기는 농작물 생산에서부터 집에서 소비하는 과정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
"13억 톤의 식량, 세계 식량 생산량의 1/3이 식탁에 오르기 전에 버려진다." (UN)
“음식물 쓰레기는 전체 소각되는 쓰레기 중 2번째로 큰 부분..” (NEA Singapore)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8%에서 10%의 온실가스가 버려지는 식량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IPCC report)
"하나의 석탄발전소와 같은 양의 전기를 발생시키는데 쓰레기 소각은 2.5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Energy Justice Network)
IPCC 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중 25-30%가 식산업에 의해 배출되었다고 한다. 유엔총회는 음식물쓰레기 소각이 전체 온실가스 중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기후변화 때문에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된 나로서는 이러한 탄소배출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인류의 식단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나가야할지 더욱 더 궁금해졌다. 음식물 쓰레기의 지속적인 발생과 소각은 결국 식량 안보의 악순환을 촉진시키고, 기후 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 채식과 고기먹는 식습관의 Post-consumer waste를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었으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이 블로그에 던진 질문/고민들 중 3가지.
1.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식품을 사는 것이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일 수 있다. 예) 오렌지주스를 직접 만들면 오렌지를 까서 껍질을 버려야하지만, 오렌지 주스를 대규모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껍질을 말리고 갈아서 활용하는 다른 공장에 판매한다.
2. 과일과 채소는 많은 음식 쓰레기를 만든다.
3. 건강한 식습관도 비효율적일 수 있다.
▷ 흔하지 않은 연구에서도 채식 식단과 고기를 먹는 식단군을 나누어 실험한 결과 채식 식단에서 보다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좋은 식단을 할 때에도, 음식 폐기물에 대해 더 많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참고) 실험에서 나온 식단별 음식물 쓰레기: 과일과 채소 – 39%, 유제품 – 17%, 육류 – 14%
“높은 질의 식단은 더 많은 과일과 채소를 필요로 하며, 과일과 채소는 육류보다 많이 버려진다. 건강한 식단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에 따라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USDA's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University of Vermont and University of New Hampshire, 2018)
그렇지만 버려지는 고기의 영향은 버려지는 채소의 영향보다 크다.
공부를 해보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 할때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음쓰 종류에 따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육류 음쓰를 생산하고 처분하는 데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음쓰의 절대적 양으로 식단 자체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평할 수 없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음쓰 자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식용 고기가 만드는 18% 칼로리와 37%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83% 농작지를 사용하고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은 육류를 버리더라도 사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버리는 것이다. 또 계산에서 잘 빠지는 것이 바로 버려지는 동물이다. 조류산업에서 특히 많이 버려지는데, 최소 절반의 병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쓰레기로 분류되고, 12-18개월 이후 알을 낳는 능력이 떨어지는 닭 또한 폐기된다. 축산업에서 또한 어마어마한 숫자의 숫소는 태어나자마자 우유를 생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암소 또한 4-6년 이후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진다. 마지막으로, 채소는 상대적으로 음쓰 처리가 쉽고 비료로 활용도 가능하지만, 육류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쉽게 처리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우리 냉장고를 거친 뒤부터 음쓰는 채식 식단에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으나, 고기를 먹는 식단이 유발하는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매우 크기 때문에 버려지는 육류의 양이 적더라도 버려지는 채소보다 환경 영향이 크며, 육류 음쓰는 처분 자체도 어려우므로 음쓰로 채식 식단 자체가 고기를 먹는 식단에 비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채식을 할 때에도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요리/식사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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