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무말

똥 싼 뒤 맑음

by 매실이 maesiri 2022. 6. 29.

아침에 일어나서 쾌변을 하고나면 묘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아 나 어제도 잘 먹고 잘 기능했구나. 나 엄청 살아있구나.
험하고 복잡한 세상, 내 몸 잘 건사하고 민감성 장 트러블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없이 좋은 하루를 보냈구나.

그것은 화장실로 윗집 싸우는 소리를 엿듣다가 왜 싸우는지 알아냈을때보다

화장실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 중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쾌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헛짓거리를 한다 혹은 헛소리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에이, 똥 싸네' 라는 관용어구는 똥쌈의 미학을 담지 못한다.

헛짓거리나 헛소리를 한 뒤에는 그것의 성취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똥 싸다 말았네', '똥인 줄 알았는데 방구였네' 같은 말이면 그나마 비슷할텐데.

'방구 뀌었는데 똥이 좀 나왔네' 는 너무 더러우니까 곤란하겠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똥 싼' 뒤로 그런 성취감이 느껴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이참에 이미 말이 그렇게 지어진 거, 내가 일로써 '똥 싼' 뒤로 성취감을 느껴볼까

성취감이라는 게 꼭 저절로 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고쳐먹어서 들게 할 수도 있는거잖아

그래, 비록 내가 한 건 똥 싼 것 뿐이지만 잘 살았고 잘 보낸거야.

영양분만 쏙쏙 흡수하고 쓸데없는 건 뭉쳐서 버린거야. 

가끔씩 똥도 싸야 다음 음식을 먹지. 가끔씩 헛짓거리를 해야 다음에 가치있는 짓거리를 하는거다.

 

역시 사람 마음이라는게.. 이렇게나 단순하다

 

이상 -똥 싸고서 하는 생각-

 

 

반응형

'아무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새로운 마음으로. 신년 목표.  (14) 2024.01.02
자폐 스펙트럼 장애 사회가 느끼는 코로나19  (12) 2022.07.25
이 블로그는 말이죠..  (24) 2021.12.11
창과 방패  (0) 2021.08.27
허물  (0)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