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소설집
어쩌다 마주친 신선한 소설집.. 이었으면 혼자 더 오바쌈바하며 의미부여했겠지만, 이미 주변에서 수차례 추천을 받았던 소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땐.. 기후변화랑 사랑을 붙여놓다니, 환경운동가들의 사내연애 같은 건가, 영화 해운대나 투모로우 같은 신파성 러브 스토리인가 싶은 이질감+동질감(?)이 들었지만 사진을 보니- 후 일단 표지가 너무 취저라 단숨에 장바구니에 넣었다.
추천해주신 분들이 돔시티 얘기를 하길래 처음부터 끝까지 돔시티 얘기인 줄 알았는데 10편의 기후변화와 사랑과 관련지어 쓴 소설을 엮은 책이었다. 본인.. 무슨 책인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표지에 혹해서 사버림..
나 역시 돔시티를 다룬 편들이 가장 기억에 남긴 한다. !!
1. 돔 시티
미국 북부와 캐나다의 6월 온도가 46.1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본 어제,
1+년동안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가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을 맞은 나까지도 힘빠진 지난주,
그리고 기상예보에도 나오지 않은 폭우가 늦은 오후마다 퍼부어 나를 깜짝 깜짝 놀래키는 요즘.. (이번주 두번이나 젖었다구요..)
매일 펼쳐지는 기후변화의 예견된 또는 예견되지 않은 온상들이 도대체 10년 뒤에는, 20년 뒤에는 일상을 얼마만큼 끔찍하게 뒤집어 놓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기후가 통제된 '돔 시티'에서 살 수 있고, 선택받지 못한 자들 (추방자들)은 해가 사라진 저녁에만 살 수 있는 '돔 시티 밖'에 거주한다는 설정은. 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니 실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예견된 미래의 지구 환경에 대입한 것일 뿐이다. '한정적인 지구의 자원...',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식량과 에너지의 불균형...'이 키워드들이 뜻하는 바가 자유시장과 자본에 의해 생성된 분리주의, (to be)돔시티가 아니면 무엇일까.
다른 단편, <갈매기 그리고 유령과 함께한 하루> 에서 작가는 돔시티에서 차별과 증오를 "내전"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모두가 사회적인 동물 인간이기에 가깝건 멀건 추방자들과 연결되어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넷플릭스에서 며칠을 폐인처럼 봤던 '100'라는 시리즈가 많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예정된 핵폭발로 지구를 떠나야 하는 인류. 50명만 우주선에 탈 수 있는데 대장은 비밀 탑승자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엄청난 애를 먹는다. 농업전문가, 기술자, 의사 등등 중요한 인원을 우선적으로 채우다보니 가장 친한 친구마저 태우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이는 대장만의 사정은 아니었다. 누구나 '선택받지 않은 자'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2. 함께하는 것
다른 편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굴과 탑>편.
답답한 마음에 굴을 파기 시작하는 윤과 탑을 쌓기 시작하는 하련의 이야기이다.
남들은 흔히 '삽질'한다며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 걱정된다 하지만 하련과 윤은 서로를 응원삼아 계속해서 탑을 쌓고 굴을 판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탑을 쌓는 자들, 굴을 파는 자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들의 연대는 기후변화에의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던 초창기의 학자들과 많은 모욕과 비꾐을 받은 환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했다.
3. 임시 거처가 아니다.
<소년만 알고 있다> 는 지구라는 행성이 임시거처가 아닌, 죽을 때까지 살게되는 유일한 행성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동네에 동물들이 끊임없이 똥을 싸고 나무를 베고 쓰레기를 버리는 상상을 해본다.
바다도, 숲도, 수풀도. 임시 거처가 아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생물들이 많다. 그들은 이사를 간 게 아니라 영영 자취를 감춘 것이다. 지구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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