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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미국 유학 일기

2024년 12월 서울여행.. 좋은 일들만 가득해라 (3)

by 매실이 maesiri 2025. 1. 9.

 

연말 분위기 낭낭한 사진들

한국의 겨울은 역시 이런 분위기가 제맛이다. 

 

부모님이랑 코엑스 나들이 가서 재밌게 보던 '조명가게'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사실 팝업하는지 모르고 갔는데 있길래 새해 소망을 적어 전구에 넣고 트리에 다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나는 이런 유치뽕짝 이벤트 무진장 좋아한다.

심지어 전구 달면 디즈니에서 1004원씩 기부한다고 해서 좋았다. 

옛날에 스타트업 할 때 우리도 기업 껴서 참가하면 1000원 기부돼요! 하는 이벤트 했었는데. 알바생들 보면서 옛 생각 나고 좋았다.

엄마아빠가 딸내미 오니까 이런 것도 한다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좋아하셨다.

내가 한국 살면 이런거 자주 데려갈텐데

우리 오빠가 좀 더 살가우면 좋을텐데 이 자슥. 즈그 돈버느라 바쁘지.

그래도 사고 안치고 열심히 사니까 이쁘다 (용돈 줄 땐 더 이쁘다)

 

 

집 앞에 새로운 만두 가게가 생겼다.

저승과 이승 사이에 조명가게가 있다면 우리 동네엔 만두가게가 있다.

밤 늦게까지, 공휴일에도 불 환하게 켜두고 열심히 장사하시길래 궁금해서 사먹어봤다.

바로바로 쪄서 주시는 손만두라 진짜 맛있었다.

'아담만두' 근데 안 아담함. 푸짐함!!

 

내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에이지알 부스터프로를 샀다. 

요즘 피부고민이 있었는데 이거 너무 귀엽지 뭐야..

나이 들면서 씀씀이가 커져만 간다.

피부에 36만원 정도는 하나도 안 아까워..

내 젊음이 줄어드는게 더 아깝다 이말이야..

2주 사용후기 = 왜 안사? 이거 진짜 좋아.. 궁금한 사람 카톡해..

근데 백팩에 넣어갔다가 이번에 인도 공항에서 걸렸다.

Vape (전자 담배 비슷) 하냐면서 백팩에 기다란 뭔가 있다고 했다.

꺼내서 얼굴에 문대면서 '스킨..!! 스킨!!' 하니까 하하 웃으면서 보내줬다.

이럴 때 되면 나도 모르게 영어 못하는 척 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봄에 한국 왔을 때 너무 좋아서 안그래도 또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 '의궤' 전시를 하고 있다고 해서 가봤다.

솔직히 국중박은 내부보다는 외부 정원과 기념품샵이 찐이다.

내부는 너무 크고 어디서부터 뭘 봐야할지 모르겠어서 이런 특별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면 가서 우왕좌왕할수도 있다.

 

대학교 졸업작품으로 했던 Projection-based AR을 활용한 전시품이 있어서 재밌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의궤 사이즈의 책 페이지를 넘기면 실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처럼 프로젝터가 빛을 쏴준다.

그리고 글귀를 터치하면 관련 사진과 설명을 옆에 띄워준다.

 

 

어우 모자이크하니까 애들 얼굴이 무서워졌네

미국에서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들인데 함께 이번에 마침 거의 다 한국에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한국에서 보니까 좀 색달랐던 ㅎㅎ

다들 머리하고 꾸민 모습 보니 좋았다.

한국에서 쭉 살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신기한 인연들!

 

가족들과는 1박 2일로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밤에 오빠랑 출산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다퉜다. 다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서로 긁혔다. 그렇지만 기분 좋게 간 여행이니까 기분 좋게 풀고 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좋을 땐 참 좋은 사람이다.

 

다음날 설악산에 있는 신흥사에 가서 마음 속으로 도를 닦아보았다.

진짜 너무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마침 다방이 있어서 '십전대보탕'을 시켜먹었다.

처음에 차 한잔이 만원이라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시리얼 보울 사이즈에 가득 담긴 약탕을 보고서는 

아.. 만원이면 싸다고 느꼈다. 

몸이 속에서부터 서서히 뎁혀지는 느낌. 미국에서도 먹고 싶은데 이 많은 약재를 어디서 구할꼬.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처음으로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를 제대로 즐겨보러 갔다.

피곤해 죽겠지만 요즘 핫한 브랜드 다 모아둔 게 신기해서 잔뜩 신나버렸다. 

 

꼭대기 층에 있는 콘서트 홀에서 베토벤 200주년 오케스트라도 보고,

미슐랭 빕구르망 선정된 해목에서 카이센동을 처음 먹어봤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눈알이 튀어나올 뻔

카이센동 너 진짜 맛도리구나! 

그리고 시즌 메뉴로 나온 생굴튀김도 정말 바삭촉촉하고 맛있었다.

이렇게 질좋은 해산물을 이 가격에 먹는 한국 사는 사람들 짱부러워 

 

얼마 전에 계엄령 때문에 난생처음 '호외'를 봤다.

한 40년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호외요 호외~' 하는 것 들어만 봤지 진짜 호외라니?

2024년엔 숫자 싸움에,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나랏님들이 엉망인 보지 못한 세상이 올거라고 유튜브에서 본 한 무당이 그랬는데..

진짜 보지 못한 세상이 왔다. ㅎ.. 숫자 싸움으로 의대와 정부가 싸우고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사실 이거 말고도 그 무당이 한 말들이 너무 다 들어맞아서 2025년 국운 영상도 봤다. 또 그 사람 말이 맞으면 진짜 2025년 재앙인데 큰일이다. 재미로만 보려는데 이거 재미로만 봐도 되는 거 맞냐며,, 

오빠가 집에 놀러왔을 때 지하철역에서 받았다며 호외를 하나 줬는데, 엄마가 읽고서 바로 버렸다고 했다.

근데 이게 지금 팔리고 있네?

 

12월 31일이 끝나기 한시간 전, 묵혀둔 페이퍼 하나를 제출했다. 

12월 내내 놀았는데, 그래도 하나 정도는 일을 처리한 기분.

마무리를 차분하게 잘해서 한 해를 잘 보낸 기분이 들었다. 

 

 

가슴 아픈 일이 여럿 있었던 연말.

어느때보다 봉은사에 촛불이 많이 켜져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다. 

다들 내색은 잘 안하지만, 속으로 같이 울고 하늘을 원망했을 것이다.

나도 평소보다 더 정성들여 인사하고 왔다. 

2025년은 사람들에게 덜 힘들고 덜 아픈 날들이기를.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는 날들이기를.

 

잘 지내다가도 가끔씩 멍하게 인생을 돌아보게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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