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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2024년 12월 한국에서의 일상, 근데 이제 계엄을 곁들인.. (1)

by 매실이 maesiri 2024. 12. 25.

*미리 알려드립니다. 요즘 굿피플/하트시그널 이주미 변호사님의 블로그 갬성에 빠진 관계로 평소 주르르륵 길게 쓰던 문체를 버리고 갬성있게 문장을 끊어서 썼읍니다. 폰트도 줄였어용. 짱 골져스하고 스마트하고 예.. 말모말모.. 옙흐십니다..

 

https://blog.naver.com/jmui3508

 

 

요번 겨울은 12월 초부터 한 3주정도 한국에서 보내려고 비행기 표를 끊어놨었는데

1월 초 인도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보내주겠다는

지도교수님의 신나는 제안에 1월 초까지 한국에 있게 됐다.

^^ 바로 이것이 개큰행복이 아닐까..  (저급한 단어 선택에서 첫 단락부터 이주미님 컨셉 와르르맨션..)

 

한국에서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쌓여서

유학 나간 후 처음으로

들어오기 (무려) 이주일 전부터

'한국 가자마자 할 일 '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 오자마자 한 3일동안 우다다다 처리한 일들

 

나의 프로필에도 적어두었지만

나는 MBTI 끝 글자가 90% 이상 P인 극극극-즉흥형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일이 아닌 용무으로 이렇게 리스트를 만들어

겨울 휴가를 유의미한 계획과 함께 보내는 건 정말정말 이례적이다.

나는 그냥 눈이 떠져서 사는 편임. 예.. 진짜로요

 

불과 2년 전엔 치과 예약도 미루고 미루어서

결국 한국 떠나는 마지막 주에 하려다가 ㅋ

모든 치과 의사들이 일년에 한번 열리는 학회에 가는 바람에 실패해서 못가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일년 넘게 교정 유지장치가 덜렁덜렁 떨어져있는 채로 대충 살았다.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왜 이렇게 게을러 터졌었는지.

의사들도 컨퍼런스에 간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일정이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적은 없어서

여기 의사 선생님 없으면 다른 병원 가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내가 아직까지 발전이라는 것이 있는 인간이구나

싶기도 하고.

즉흥적이라면 역시

사람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문장 너무 끊어쓰나? 

일단 컨셉유지.

나 이거 해봐야할듯..

이번에 학교에서 한국-인도 편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겠다고 해서 

내가 먼저 끊었던 것을 전액 환불받고

그 마일리지로 인생 첫 비즈니스 석을 타보았다. 

비행기 탈 때마다 넓은 칸막이 속에 먼저 앉아있던 사람들. 슥 지나쳐보기만 했던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 

 

음식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댔다.

왜 먹을 때만 찍었는지 ㅋㅋ 음식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일단 공항 델타 라운지에서부터 자리잡고 뷔페 먹어주고

매우 자제해서 이정도

 

옆사람 안보이고 발 안닿는 거 신기해서 인증샷 와랄라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와 다리 받이(?)가 조절되어서 

완전히 누울수도 있고 반쯤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기에도 좋았다.

타자마자 주스도 주고, 어메니티도 아뜰리에 브랜드여서 작은 호텔에서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두번 나오는 기내식 메뉴를 종이 메뉴판에서 미리 골라 알려드려야 했다. 무려 코스 요RRRl

 

한국까지 16시간이나 가야해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자리가 옆으로 넓지는 않았는데, 일자로 눕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옆사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게 이렇게나 큰 거였다니!

구아바 쥬뜨

 

첫 코스요리로는 신기한 가지전채요리에,

참치 타다끼를 얹은 샐러드,

가니쉬까지 얹은 스테이크,

과일치즈 플레이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과 차까지 

하얀 테이블보에 도자기 그릇과 유리 와인잔에 올려주셨다.

와인도 엄선된 종류로, 비행기에서 생전 맛본 적 없는 퀄리티의

묵직한 레드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누웠다가 영화를 봤다가 하며 

편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슬슬 주변에 라면 냄새가 나고 사람들이 한명 두명 깨서 승무원을 부르길래

나도 여러 간식 메뉴 중에 라면을 골라 부탁드렸다.

 

'한시간 뒤 간식시간이 정해져있는데 (그때 불이 켜지는데) 그래도 지금 드시겠어요?'

글로 쓰고 보니 '아니요 기다리겠습니다' 했어야 되는데 

그땐 졸리고 배고프고 당황해서

'앗 네..' 하고 말았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라면 흡입.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이 영롱한 자태 좀 보세요

 

두번째 기내식은 '해산물 토르텔리니'

동글동글하고 속이 들어간 파스타였다.

솔직히 맛은 별로였다. 기내식 맛은 별로라는 후기를 보고 갔기에..

실망은 하지 않았다.

 

일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책상이 의자에서 멀어서 기분이 안났다. ^^ 무슨 일이야.

듄1, 듄2를 보면서 16시간을 푸욱 쉬고 한국에 왔다.

찌뿌둥한 느낌이 아예 없어서 신기했다.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 가기는 쉽지만 비즈니스에서 이코노미로 오는 건 어렵다는데.

그렇지만 당장 다음주에 인도갈때 경유 제외 10시간을,

또 인도에서 미국갈때 경유 제외 12시간 넘게 이코노미 타야하니

강제로 돌아갈 예정이다.

몸이라도 작으니 다행이다.

 

미국 코스트코에서 친구추천으로 사온 '파 니엔테' 와인.

나파밸리 산이니까, 어쨌든 미국 와인이니까 

미국 기념품이라며 가족들과 먹었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미국에서는 50-60불 정도였는데 한국에서 20만원이어서 놀랐다.

한국은 다 저렴한 데 와인, 위스키는 정말 비싸.

 

 

입국 다음날 바로 머리를 댕강 잘랐다.

역시 머리가 짧을수록 자연스럽다. 

저는 체질이 단발이에요.

 

오랜만에 하는 엄마와의 코엑스 데이트에서 패딩 조끼와 모자를 샀다.

한쿡 겨울 너무 추워서 거의 매일 입고 있다.

저런 폭닥폭닥하면서도 딱맞는 것들이 끌리는 요즘.

어딘가에 폭 감싸져있는 느낌이 좋다.

 

오랜만에 집에 오면 그간 안 입었던 옷들, 먼지 쌓인 된 책들이 눈에 띈다.

내 방은 갈 곳을 잃은 옛 가구와

엄마 아빠가 다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이 쌓여서 

조금은 창고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올 때마다 짐을 덜어내려고 책과 옷을 여러번 내다 버린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알라딘에 책을 팔아보았다.

20권을 보냈는데 그 중 15개가 정산이 되어 5만 얼마가 생겼다.

전공 책들은 알라딘에 팔 수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직 방에 쌓여있다.

필요하신 분들 계신지요. 

 

 

주말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뵙고 늘어지게 쉬다가

평일 저녁에 오랜만에 효를 만났다. 

효는 보통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만나는 친구이다.

 

마이에 큰 휴대폰에 이제는 제법 언론인 티가 나는 효.

내가 살면서 본 효의 모습 중에 제일 지치고 짜증난 모습이었다.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서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며

자신이 이상해지면 꼭 말해달라고 했다.

고쳐야되는 건 너네 회사 사람들인데. 내가 말하면 뭐가 달라진다고..

그 다음 만난 때에 생일 편지에 

이상해져도 괜찮으니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지쳐있으라고 했다.

 

요즘 터틀이주미 말고 또다른 나의 최애 브이로그

'쏠티의 비디오 이력서'

브이로그에 소리도 음악도 거의 없어서 잔잔하고

혼자 이세상 모든 자기관리를 척척해내시면서

일도 열시미 하시고 유튜브까지 함. 너무 긔엽고 자막 스타일이 웃기심.

존나 멋있다..

 

예전엔 어려운 문학, 영화, 음악, 역사

이런거 향유하고 싶고 

영화 '소공녀' 같이 살고 싶고 그랬는데

30대 코앞이 되니 요즘 내 추구미는 쏠티다.

소공녀처럼 살면 노답에 주변에 최대 민폐.. 

그땐 왜 그게 멋있어보였는지 참.

예술병이 무섭다.

떠나기를 망설이지 말아야하는데

 

한국와서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

소리내어 웃다가, 나랑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에

안쓰러워 했다가 감동을 받기도 하고

글을 어떻게 이렇게 쓰지 감탄도 했다.

눈물 흘릴 정도로 슬픈 얘기는 없어서 좋았다. 

지하철에서 읽어야 하니깐. 

 

글로는 한국온지 한 4일치 정도의 글밖에 못썼는데

벌써 돌아가기까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가기 싫은데 가야한다니 속이 답답하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야지!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남은 일주일 또 알차게 보내고, 이 시간이 휘발되지 않게 글로 남겨야겠다.

이번주도 화이팅!

 

🎄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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