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박사 3년차다.
1년차 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2년차 땐 수업 따라가면서 연구도 하느라 너무 바빴다.
3년차가 되면 적응도 어느정도 했고, 수업도 많이 안 들어도 되니까 조금 여유로워질거라고 기대했는데 개뿔!
이쯤이면 끝났을 거라고 예상했던 일들이 끝을 못 맺고, 새로운 일은 계속 들어오니 오히려 숨쉴 틈이 없다.
물리적 시간과 별개로 글쓰고 책 읽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멘탈 캐파가 많이 부족해졌다.
그런 여유는 체력에서 나오는 거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매주 한두번씩은 헬스장에 가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누워서 유튜브 볼거 뛰면서 보자 라는 다짐으로 늦은 시간이라도 꾸역꾸역 가려고 한다.
몸의 변화는 별로.. 생각보다 아주 더디게.. 그것도 꾸역꾸역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근육이 주인 닮았네?
어제는 오랜만에 라운딩을 갔는데 겨우 나인홀 돌았으면서 팔뚝이랑 등이 욱신거린다.
해 떠있는 시간에 거의 앉아있기만 하니 일주일에 운동 몇 번 한다고 몸이 나아질리가.
지난주에는 집에서라도 발레를 다시 해야겠다 싶어서 구석에 처박아뒀던 발레 바를 꺼냈다. 발이 달달달..
그래도 머슬메모리라는 게 정말 있는지 동작을 하려고 생각이 들면 짧아졌던 근육들이 뿌지직 소리를 내면서 온 몸이 쫙 펴지는 느낌이 든다. 제대로 배운 운동이라고는 발레 뿐인데 까먹지 않게 자주 해줘야 겠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달라진 점은 후배들이 많아졌다는거?
우리 과 대학원에 한국인들이 4명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 여자 두 분이 내 블로그를 아신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 수치플 x 100000!!!
내가 찌끄린 이 반-문장 반-읊조림 같은 단어들이 '진짜 사람'들에게 닿고 있다니
좀 더 검열해서 쓸걸 한 두 달 후회했다. 두 달정도 글을 안 올렸으니 이제 내 블로그를 잘 안찾아보겠지 싶어서 또 찌그릴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이런건 적성에 안맞을듯.. ㅋㅋ
박사 후배도 생겼는데 이 친구도 한국인이다.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며칠 전 후배가 고마운게 너무 많다면서 중국 음식을 한 상 대접해줬다. 몇 번을 제발 사지 말라고 말리다가 차라리 날 잡고 너가 식당까지 정해와! 하고 얻어먹었다. 나는 유학 처음 나왔을 때 나 도와준 분들에게 이렇게 보답 못했던 것 같은데.. 고마워해줘서 내가 더 고맙고 (동갑이지만) 기특했다. 기분좋게 빙수는 on me!
미국에서 몇 년 살다보니 한국에서 새로 오신 분들도 시즌마다 만나게 되는데 도움 받을 위치보단 도움 줘야할 위치가 되어보니 감사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낀다. 꼭 돈써서 고마워 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분들은 피부로 마음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빨대 꽂는 사람도 너무 보이고. 내가 너무 예민하고 계산적인가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된 후로는 그냥 느낀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돈 한푼 안 내는 사람이더라도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면 도와주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낯선 나라에 와서 처음 몇년 간 힘들고 궁색해지는 건 나도 그랬으니까..
J는 가끔 내가 사람을 안 좋게 볼 때 티가 나니까 조심하라고 했다. 나 너무 꼰대야 ㅜㅜ
지난주까지 학회에 페이퍼를 2개나 내야해서 평소보다 더 바빴었다.
제출하고서 오랜만에 둘루스에서 족발을 먹었다. 족발집 이름은 무려 '족과의 동침'
나의 적이 돼지 족이라면 동침 가능~
회식 느낌으로 갔지만 아무도 술 먹자고 안한게 우리의 체력을 보여줌. ㅋㅋ
막국수, 족발, 마늘보쌈 시켰는데 야무지게 거의 다먹은 우리 둘.
음식은 좋은데 술을 싫은게 요즘 스탠스다.
술 안먹어도 즐거운걸? 술먹으면 다음 날 너무 무기력함.
지난 2-3주간 플로리다에 강한 허리케인이 두번이나 왔다.
허리케인 헐린 땐 아틀란타까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 앞에 범람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지난 주 허리케인 밀턴 땐 우리 지역은 영향권이 아니었는데, 플로리다에서 사람들이 대피해와서 차가 엄청나게 막혔고 마트에는 물품이 배달되지 않아서 매대가 텅텅 비었다.
그런데도 야무지게 바구니 채워서 간식 사옴 ^^7
내가 어쩌다 뾰족한 고슴도치가 됐지
나는 원래 곰처럼 둔했었는데..
혼자 있고 싶고 무신경하면서 은근 충동적인거 완전 나잖아..!
이제 약간 포기했다. 그냥 잠시 고슴도치로 살래~
예의없고 무능력한 사람 못.참.아..!
같이 안 놀 아....!!!
차라리 혼자 있을래ㅔ..>!!!!
지난 달에는 바베큐 파티를 두 번이나 했다.
더위가 조금 가시고 벌레도 많이 줄어들어서 밖에서 놀기 좋은 계절이 시작됐다.
Lake Alatoona에 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게임도 하고
주말에 몇시간 내서 놀기에 너무 좋았다. 가끔 자연에 갈 필요가 너어무 있다.
우다다다 사진 올리고 글쓴 거 너무 오랜만인데
뭔가가 해소된거 같고 진짜 가을방학같고 좋다. 몸은 출근했지만 멘탈은 휴식 중인 너낌스 ㅎㅎ
얼마 전에 4년간 미국에서 올린 구글 리뷰가 다 날라가서 속상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이제 그 기분이 생각도 안나네.
블로그에도 좀 더 자주 사진 올려야겠다.
다음 달은 박사 자격시험 (퀄) 보는데. 부디 별 탈 없이 잘 넘기기를 >..<
바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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