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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좋은게 좋은겨

by 매실이 maesiri 2023. 1. 5.

학기가 끝날때마다 한국에 돌아오면 이번엔 며칠 있다가 가- 라고 말할 수 있는 기한이 주어지다보니 좋은 핑계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이번이 어느덧 미국에서 네번째로 학기를 보내고 온 때였는데, 처음에는 오랜만에 왔다, 미국은 어땠냐 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벌써 한 학기가 갔냐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보다 나를 더 자주 본다고 말한다. 

그래도 좀 보고싶었냐? 하면 덕분에 이렇게 모인다며 좋아하기는 한다. 

 

맛있었던 짱 고급진 바닐라아이스크림

요즘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은 대체로 조금 우울한 것 같다.

해맑기만 했던 친구들도 조금씩 자기만의 그림자를 키운 듯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비슷한데, 사회초년생으로서 일터로 나간지 고작 1-2년만에 잃어버린 꿈에 대한 희망이나

'여성으로서,' 혹은 '장남으로서,' 하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징표로 인해 생겨난 우울감이었다.

결혼은 서른 한두살 즈음 해서 아이는 둘 정도 낳는 게 좋겠어~ 그리고 주일에는 남편이랑 교회에 갈거야~ 와 같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기본적인 미래에 대한 소망이나, 어쩌면 권리라고도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어느 것을 포기해야만 간신히 이룰 수 있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큰 것에 대한 희망이 작아져서일까? 그 자리를 소소한 것들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 새로 출시된 게임, 색조가 잘빠진 화장품, 성격유형검사 같은 것들이 그나마 행복한 대화주제다. 

 

그렇다고해서 우울함에 대한 호소나 직업에 대한 고민거리를 듣는게 고역은 아니다.

오히려 친구들의 어두운 면을 듣는게 재밌다. 이 친구한테 이런 면모도 있었네, 인생에서 조금 힘든 시기에 내가 잘 찾아왔네 싶다. 

30-40대에 들어선, 이제 제대로 피어서 잘 나가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로 에너지를 많이 받아갈 수도 있겠지만, 또래들의 인생의 우여곡절을 듣는 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 대한 간접경험이랄까... 거기에서 겸손함을 배우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음 어떨 땐 내가 너무 철없이 행복한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불행에 지레 겁먹고 싶지는 않다.

좋은게 좋은거지? 좋은게 좋은거다.

다음에 한국에 돌아오면 친구들이 좀 더 행복을 찾은 상태이면 좋겠다. 행복이 아니라면 희망 정도, 희망이 아니면 건강 정도는 찾았으면 좋겠다. 

 

2022년이 96년생들에게 삼재였다고 한다. 2023년은 두번째 삼재라고 하는데.. (두번째 삼재가 있는지 몰랐고 ㅋ.ㅋ 방금 찾아보고 당황) 일이 바로바로 풀리지 않아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주변과의 협력으로 일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적어도 2022년보다는 일이 잘 풀리는 해라고 하니, 

그러니 올해 많은 일 성취하고 성장하고 행복하자. 아자아자!

 

사진은 앨범정리하다가 찾은 과거에서 온 나 ^^7

2001년 매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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