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나의 유학일기 시리즈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내가 작년 봄까지 일리노이 주의 어바나-샴페인이라는 작은 twin city에 있었다는 걸 알테다.
그 곳은 대부분이 끝없이 펼쳐진 평___평___한, 옥수수나 소를 키우기에 적합한.. 농지로 이루어져 있어 잘 나가는 일리노이 대학교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감명 받을만한 부분이 없는 곳이었다.
너무 너무 평평해서 눈이 많이 쌓인 날에는 겨우 선릉만한 언덕에 사람들이 썰매를 타려고 모여들었고 (근데 좀 재밌긴 햇음), 고속도로를 달릴 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라면 해가 지평선 너머로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할 것이 너무 너무 없는 나머지 한인 테니스동호회에 갔더니 주민들이 모두 테니스 쌉고수여서 테린이인 나는 발도 못붙일만한 그런 곳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8월에 애틀란타라는 대도시로 이사 와보니, 이전에 내가 있던 곳에서의 생활은 미국유학생활이라기 보다는 귀양살이였다고 느낀다. 5년간의 다이내믹한 도시생활에 대비하기 위한 그저그런 발디딤판 정도였다고
그래서 물어본 사람 없지만 혼자 내가 느낀 시골에서의 이방인 생활, 도시에서의 이방인 생활의 생각나는 몇가지 차이점을 적어보겠음.
1. 더 좁은 한인 사회
내가 세상에 관심없는 많은 것 중에 하나가 한인사회다. 그치만 일리노이에 처음 갔을 때는 미국 생활이 처음 + 지인 0명 + 차 없음 + 집에 해가 안들어서 우울했음 의 콜라보라서 진실로 살아남고자 한인 학생회에 가입했었다. 그때도 소문이 들리는 걸 봤을 때 한인 사회가 좁긴하구나 생각했지만 친구가 별로 없었으므로 그다지 신경쓰일만한 일이 많지 않았다.
반면 아틀란타는 미국에서 인구대비 한국인이 가장 많은 도시이자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이 보이는 곳..이라서 그런가
소문도 더 빨리 퍼지고, 나는 사람들을 모르는데 사람들은 나를 아는. 기이한 현상에 흠칫흠칫 놀라게 하는 그런 곳이다.
사람이 더 많아서 서로 더 신경안쓸 줄 알았지만 대학원생 한인사회는 그냥 다 그런가보다.
좁은 한인사회에 끼고 싶지 않음과 대학원생 특성의 콜라보로 나는 E에서 68% I가 되었다. 꺄힝
2. 도시'치고' 싸지만 그래도 비싼 도시 물가
이건 나중에 따로 다루고 싶지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학생치고 돈을 많이 받긴 하는데 별로 남는 게 없다...
박사 시작하면 돈을 이러케~ 저러케~ㅎㅐ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야지 같은 순수한 생각을 했던 내가 안타깝다.
외식을 하면 택스, 팁 포함하면 결국 기본 15-18불은 하고, 약속 있어서 뭐라도 마시게되면 인당 25불은 금방 나가는 듯..
환불 따지고 드는 습관을 버려야 멘탈이 편안하다.
아틀란타 도로에는 차도 많고 무법자도 많아서 (마법사도 많은 듯) 자동차 보험비가 거의 3배 나간다. ($80 --> $220)
학비와 렌트 등 다른 고정비용도 훨씬 비싸다. 지금 아파트 월세는 UIUC 때의 딱 2배라고 보면 된다. ($640 --> $1300)
따지고 계산하고 보면 월급을 결코 많이 주는 게 아니다.
3. 차가 있는 삶? 보다는 갈 곳이 많은 삶
그래도 선택하라면? 언제나 도시에 살고 싶다.
UIUC에 있을 땐 차가 있어도 (근데 없었음) 별로 할게 없었는데, 도시는 확실히 구경할 곳이 많다.
이건 돈 쓸 곳이 많다는 의미도 되지만, 머리만 잘 쓰면 돈을 더 아낄 수도 있다는 것도 되고
무엇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들을 쉽게, 많이,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다.
그래서 이 곳에 온 이후로 여가 시간에 하는 게 다양해졌다.
근교로 여행도 많이 하고, 등산도 다니고, 미국 감성 상점들도 많이 발굴하고 그런다.
덕분에 기록할 것도 많아졌달까..?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니까 시간이 좀 더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
이제 온지 일주일 됐는데 체감은 3주정도 된 거 같다.
아무튼.
대체로 도시에 온 뒤에 내가 좀 더 독립적으로 변했다고 느낀다.
경제적으로 짱구를 더 돌리기도 하고, 어떻게 건강과 목표와 인간관계를 다 잡을 수 있을지 다른 사람들을 더 열심히 관찰하면서 배우고, 무엇을 입고 먹고 어디에서 잘지 더 완전히 고민한다.
아 추가로, 남이 뭐라 생각하든 전보다 신경을 덜 쓰게 된 것도 있다.
나 살기 바쁜데 남 평가할 시간도 없다. 고로 지 살기 바쁜 사람이라면 날 평가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라는 마인드가 박혀버리는 즁.
좋은 걸까 나쁜걸까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걸까?
오늘 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다음에는 연구루틴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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