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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12월 첫째 주 요런저런 생각들

by 매실이 maesiri 2021. 12. 6.

작년 이맘때의 나와, 올해 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년의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생각지도 못하게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면서 (굉장히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이렇게 느낌) 내가 내 속을 더 잘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방식으로 매일 기분이 좋든 싫든 일기를 쓰고 미라클모닝과 비슷한 루틴을 반복하는 걸 중시했다. 

 

올해 초 아직 추울 때까지만 해도 잘 유지해왔던 것 같은데

날이 따뜻해지고 타지에 고립되어 지내면서 무기력했다가 텐션이 무척 높아졌다가 곤두박질 치기를 반복.

이러는 내 자신을 한심하다고 느끼기는 싫어서 언제부턴가 

'그래, 조금 대충살아도 돼', '이정도면 충분해' 라는 자위의 말을 마음에 품고 다녔다.

그렇게 봄 즈음부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초여름까지만해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왜 내가 스스로 만든 의무감에 죄책감을 느끼는거지 싶은 마음에

아예 마음을 툭 놓아버리고 예전으로 돌아갔다.

 

가을이 되니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함. 

조금만 숨을 돌리면서 남의 삶 들여다보지 않는. 오로지 내 속얘기만 듣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은 코코아 한잔하면서 다시 일기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꼭 손등을 가리는 소매가 긴 두터운 터틀넥 니트를 입고 코코아 한잔하면서 써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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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고양이 릴리

나는 할일이 아주 많고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이상하게 SNS를 더보게 된다. 

이번주가 바로 그런 주였는데 내 정신에 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자주 열었다.

연말이라 그런지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화려하게 꾸며입고 화려하고 예쁜 디저트 카페나 와인바에 가서 올리는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돈이 그냥 많거나 직장다니면서 돈을 많이 버는 친구들의 SNS 속 생활을 보고 나의 시골 생활과 괴리를 느낀다. 

나는 지금 생활이 너무너무 만족스러운데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너무 학생 때랑 그대로라서,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초라해서 나랑 같이 안 놀아주려나? 하는 아주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아주 바보같은 줄 알면서도! 그런 아주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아주 바보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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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는 내 '오피스'에 갈거다. 연구실에 들어간지 2개월이나 되었지만 이제서야 책상을 얻었다. 

연구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치가 나에게는 아직 어렵다. 최대한 순수함으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그냥 내 것 못 챙기는 바보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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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100만원, 오른쪽이 300만원에 판매되는 와인. 2013년산은 판매용도 아니라고 함. 막냉이의 황금인맥 리스펙

어제는 간만에 정말 좋은 와인을 마셨다. 바쁘다고 못 갈 것 같다고 말해놓고.. 와인 가격을 듣자마자 궁금해서 노트북을 닫고 바아로 달려갔다. 막냉이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무척 비싼 와인을 공수해왔다. 

1만원, 10만원, 60만원, 100만원, 300만원짜리 와인이라며 테이스팅!

60만원짜리부터는 확실히 맛이 달랐는데, 생각보다 300만원짜리 와인이 그렇게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비싼 와인 준비해준 막냉이가 고마워서 맛있게 slurp slurp. (30만원 이후부터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맞나보다.) 

오늘 오전을 잠과 무기력함으로 날려버렸지만 어제 술을 먹지 않았더라도 유튜브 보면서 날렸을 것이다(정신승리!!).

이런 술자리는 안나가면 손해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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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일만 있으면 한국에 간다. 얼른 가족들 보고싶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다고 징징댔던 것도, 아니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 자체도 기억이 잘 안난다.

이렇게 무뎌지는 건 싫은데..

이 글을 올리는 와중에 도서관 책상에 그려진 귀여운 낙서. 1993년에 지어진 도서관인데 저 낙서는 몇년도에 생겼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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