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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유학 일기

미국박사 2년차 1학기. 첫 아카데믹 워크샵 후기

by 매실이 maesiri 2023. 10. 16.

1년차 때는 혼란스러움과 조바심에 마음이 바빴다면 이번학기는 마음이 바쁠 새가 없게 몸이 바쁜 학기인 것 같다.

 

가을학기 시작 전에 퀘백 여행으로 시작해서 9월말에 토론토 워크샵, 10월에 보스턴 여행과 시카고 학회, 11월 초에 또 보스턴 워크샵, 겨울방학에는 하와이와 뉴올리언스에 여행을 가기로 해서 남은 3개월이 정말 짐을 싸고 풀고의 반복이 될 예정이다. 기대반 걱정반! 이지만 올해가 끝나고 나면 무척 뿌듯할 것 같다. 일정으로만 보면 여행유튜버해도 될 듯 ㅋㅋㅋ 

아빠가 박사하러 간 줄 알았더니 놀러만 다닌다고 하는데 솔직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할말이 없다 쿠하하. 그래도 그런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좋긴 하지만 개인 연구의 흐름을 놓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나를 채찍질할 사람은 나와 데드라인 뿐이니까잉

 

지난주에 토론토 대학에서 처음으로 워크샵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글을 쓰다가 저장만 해두고 또 일주일동안 포스팅을 안했으므로 지지난주가 되어버렸다..헷) 

타롼터우~

참여자들 대부분이 교수님들이었을 뿐만아니라 내가 제일 나이도 어리고 커리어도 제일 초반이라 당일에 긴장을 정말 많이했다. 처음에 입떼기 전까지 코어에 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던지..ㅋ ㅋㅋ 긴장해도 티가 많이 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티가 좀 났을 것 같다. 워크샵이라는 건 네트워킹 위주이고 평가받을 일은 없으니 다들 캐주얼하게 오는 편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런 자리가 처음이다보니 쫄아버렸다... 

 

워크샵 주제는 요즘 내가 관심을 많이 가지는 기후이주의 이론 정립에 대한 논의랄까 한국어로 하니까 굉장히 우울하고 심각한 주제 같은데 내용들이 꽤 직관적이고 분위기도 자유롭고 서로 어화둥둥~해주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저녁 장소로 갔던 레스토랑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었더니 옆에 앉은 파키스탄에서 오신 인자한 할머니 교수님이 나한테 음식을 많이 덜어주셨다. 배고픈 유학생을 보니 과거의 자신이 보였던걸까? ㅋㅋㅋ 

 

너무 맛있었어서 하지도 않던 지도 추가. 토론토가면 꼭 드셔보셔요.

사이다 파는 데였는데 한국의 칠성사이다 같은게 아니고 와인 비슷한데 스파클링와인같은 과실주를 만드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Apple Cider 라는 음료에서의 사이다랑 같은 말이다. 대신 알콜을 곁들인 .. >_<  

 

그렇게 원데이 워크샵을 끝낸 후.. 공짜로 토론토를 온 것이 아까워 토론토에 교수가 되어 이민 간 선배님 집에서 하룻밤을 더 묵기로 하고 혼자 나이아가라 투어를 예약했다. 꽤 용기가 필요했지만 (두려움과 귀찮음 << 나이아가라 보고싶은 마음) 

그래도 외국인은 불안해서 마이리얼트립에서 어렵사리 한국인 소규모 투어를 예약했다.

키야 이걸 어떻게 넘어가

투어가이드 님이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다. 

다른 사람들은 가족끼리 왔는데 나만 혼자 투어예약을 해서 가이드님이랑 앞에서 걸으며 수다를 많이 떨었다.

가이드님도 도시 전공 하셨다고 해서 흠칫. 왓 어 스몰월드?!

대자연 앞에 서면 전날 했던 걱정일랑 사소한 것이 된다. 

위의 사진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쏟아진 물이 빠르게 아랫쪽 돌에 부딪히며 회오리를 만든다 하여 월풀Whirlpool 이라고 불린다. 월풀 앞에선 모두 오- 하고 3초간 정적.

 

폭포를 보고 나서는 와이너리도 들르고 근처 부촌마을도 둘러보고 알차게 여행을 했다. 역시 한국인 투어의 콤팩트함은 대단하다. ㅋㅋㅋ 세상 효율적인 동선. 여행에 대해서는 여행 글을 따로 쓰는 게 좋겠다. 느리게 쓰는 여행일기는 너무 느려서 이미 몇년씩 밀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글은 첫 워크샵후기에 대한 주절댐이니 워크샵에서 배운 점으로 마무리하겠다.

워크샵 주제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 외에도 배운 게 많다.

1) 세상에 말 잘하는 사람은 참 많다.

2) 그런데 교수라고 말을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말을 학생보다 못하는 사람도 있다.

3) 그런데 미국 교수는 다 말을 잘한다.

3) 나는 1,2,3번에 모두 못 낀다. 나는 말을 아직 잘 못한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교수가 아니다.

4) 나에게 새로운 주제라고 해도 최소 몇십년 간 논의되어온 주제일 가능성이 높다. 

5) 고로 내가 혁신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착각일 확률이 높다.

6) 그렇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은 이 모든 것을 몰라도 용서가 되는 너그러운 포지션이다. (*중요*)

 

ㅋ.ㅋㅋ.ㅋ... 박사과정 여러분들 인정하십니까?

번외) 학생이라서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학생이라서 내 나이의 많은 사람들이 받지 못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그러니까 가끔 조금 느리다고 느껴질지라도 내 속도대로 주어진 경험을 진하게 느끼면서 살아야겠다. 

내 주변 모두가 그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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