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생 새내기일 때 첫 마라톤을 뛰었다.
송도 10KM 마라톤을 참여하면 대학교 기숙사에서 포인트를 줬는데
그 포인트를 꼭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술 마시던 때라
함께 신청했던 동기들은 죄다 술병 나서 못 일어나고
혼자 멋 모르고 뛰다가 입에 거품 물면서 완주했던 기억이 난다...
말 그대로 식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거품이 나왔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경험이었다....
딱 10년이 지난 작년, 박사과정 3년차였던 때에 두번째 달리기 행사를 뛰었다.
마라톤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건 그냥 학교에서 하는 파이(3.14) 마일 달리기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파이마일은 딱 5KM 정도 된다.
여성 중간값 정도의 성적이 나왔고 얼굴이 터질듯이 빨개졌었다.
5KM는 인생에서 한 다섯번 정도 뛰어본게 다였기 때문에 (첫 마라톤 포함) 만족했다.
그리고 딱 1년이 지나고 올해, 박사과정 4년차인 시점, 하프 마라톤 (21KM) 을 뛰었다.
5K를 같이 뛰었던 칭구 K가 같이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K가 처음 제안했을 땐 학회일정으로 같이 미니애폴리스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업돼서 하고싶은 걸거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얼마 뒤에 티켓을 예매하는 나를 발견했다. ㅋㅋ
(일반 표보다 17불이 더 비싼 취소가능권을 살 정도로 의심가득이었지만 ㅎㅎ)

티켓 가격은 130불이었는데, 이것도 얼리버드여서 이정도였고 취소가능옵션과 Processing fee를 추가하니 165불정도 됐다.
요즘 환율생각하면 이 돈 내고 내가 내 몸을 아프게 해야되나 싶지만
미국 생활 7년차 이젠 환율 생각을 잘 안하게 됨.
마침 샌프란시스코에 학회를 가는 일정 직후였기 때문에
더 끌렸던 것도 있다.
엄마아빠에게 처음 얘기했을 때의 반응이 너무 웃기다.
샌프란시스코 학회에~ 샌디에고 마라톤이라니. 참~~~ 화려하게 산다!!
내가 생각해도 최고의 라인업임 ㅋㅋ

마라톤 준비과정
우선 나는 11월 중순-12월초, 1월 초 - 3월 초 이정도 훈련을 했다.
챗GPT에게 훈련 계획을 짜달라고 하고 무참히 실패해줌
나에게 먹힌 원칙은 <평일 단거리 1-2번, 주말 장거리 1번> + <주말 장거리 거리를 계속 늘려보기> 두가지밖에 없다.
11월 중순- 12월초에는 평일에 2키로, 3키로 정도씩 뛰고 주말에 4키로, 5키로, 6키로 까지 뛰어봤고
1월은 단거리 5키로 (평일), 장거리 6키로, 8키로,
2월은 단거리 3.5키로, 5키로, 장거리 10키로를 뛰었다.
2월말-3월 초 중에 10 키로를 세번정도 뛰어본 것 같다.
그 후로는 마라톤 일주일 전까지 3-6키로 정도씩만 뛰었고 마지막 일주일은 학회여서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몸관리만 했다.
처음 10키로는 조끼를 처음 입어본 건 좋았지만 얇은 양말/딱맞는 운동화를 신어서 물집이 많이 잡혔다.
두번째 10키로는 에너지젤 먹어보기 + 두꺼운 양말 신기를 했고, 운동화가 여전히 딱 맞아서 발가락이 엄청 아팠다.
세번째 10키로 땐 새로 산 한사이즈 큰 운동화 + 두꺼운 양말신기 + 에너지젤 먹기 훈련을 했다.


사실 조끼는 별로 필요없는데 멋있어서 샀다
간지용 장비


샌디에고 도착.
마라톤 이틀 전에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샌디에고 상공에서 보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이국적이었다.
미국-멕시코 국경 즈음에 sea wall이 보이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샌디에고 여행 후기는 다른 포스팅에 올리겠다.
마라톤 전날.
고맙게도 일하느라 여행을 다니지 않은 K 커플이 Bib 번호 픽업을 해줬다. ㅠㅠ 감쟈해용
나는 샌디에고 zoo에 가서 어깨를 태워왔음..


마라톤 루트는 야구경기장인 Petco Park 에서 시작해서 바닷가 옆에 달리다가 미친듯이 콘크리트바닥 오르막길을 오르고 아스팔트 길을 뛰어내려오는 코스였다.

https://maps.app.goo.gl/YincuDoWyn1hq6wX8
Carbo loading!! 마라톤 전날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야한다고 해서 (=카보로딩) 파스타 집을 골랐다.
돌이켜보면 샌디에고 최고의 맛집이였슨.,,
샌프란 마라톤 뛸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다.
파스타 3개, 피자 2판, 깔라마리 1개를 4명이서 뿌시고 왔다.
배터지게 먹고 다음날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10시에는 누우려고 했다..
설레는 마음 더하기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잠 안와서 수면젤리엔딩 ㅠㅠ
Operacaffe · 835 Fourth Ave, San Diego, CA 92101 미국
★★★★★ · 이탈리아 음식점
www.google.com
마라톤 당일날 (6시 50분 대회 시작).
새벽 3시 50분 - 4시 쯤 기상. 할일이 정해져있었다.
- 눈뜨자마자 옷 입고 게토레이 반통 마시기. (원래는 한병을 추천함)
- 커피사러 4시에 여는 스타벅스 가기.
- 바나나랑 초코파이 먹기.
- 화장실 가기 (똥트롤).
- 가슴팍에 내 Bib 번호 달기.
- 무릎이랑 발가락 테이핑하기.
- 선크림 바르기.
- 사진 찍기.
- 마라톤 시작점까지 걸어가기 (25분).


큰 육교를 지나서 출발점이 있었는데 정말 엄청난 규모의 행사인게 이 때 실감났다.
이렇게 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돈 내고?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인가 싶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럴것이다..
정식 출발시간은 6시 50분이지만,
나와 친구들은 Wave 4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7시 5분쯤 출발했던 것 같다.
Wave 하나마다 4분씩 텀이 있다고 했다.
<2시간 30분동안 한번도 안쉬고 뛴 후..>
드디어 손에 얻은 메달..!



메달 말고도 바나나, 초코우유, 과일 말린것? 등 각종 간식이 담긴 봉투를 받고 호텔로 바들바들거리면서 걸어갔다. ㅋㅋ
풀마라톤 완주하고서 엉엉 우는 사람들이 너무 이해가 됐다.
하프가 이렇게 아픈데.. 이걸 두 배로..?
호다닥 씻고 (사실 온몸이 아파서 호다닥이 안됨)
바로 샌디에고의 유우명한 맛집 Phil's BBQ에서 단백질 섭취를 해줬다. 진짜 미친듯이 배고팠다.
왜 유명한지 바로 납득 가능한 소스의 맛..
https://maps.app.goo.gl/qUQxTb9yGK2Bow2P7

https://maps.app.goo.gl/pkJi1KhdskkJa6sS9
이거 먹고 타겟에 잠깐 가서 파스를 산 뒤에
넷다 뻗어서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마라톤 뒤에 일정 잡지 않기를 매우 잘한듯 무한셀프칭찬..
Phil's BBQ · 3750 Sports Arena Blvd, San Diego, CA 92110 미국
★★★★★ · 숯불구이/바베큐전문점
www.google.com
잊지마시라 근육통은 천천히 찾아온다는 거슬.. ㅋㅋ
챙겨간 애드빌을 야무지게 먹어주었다.
그 이후로 샌디에고, 조슈아트리, 엘에이 여행을 하는 내내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팠다.


하프마라톤을 뛰어보고 느낀건 아래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아 그래도 하프정도는 일반 사람들도 완주할 수 있겠구나 (완주는..! 완주는 가능..!)
- 근데 한시간 이상 뛰는 건 몸에 정말 안 좋은 거구나
- 마라톤은 무릎 관절을 내어주고 기록과 경험을 얻는 것이구나 (내가 그냥 못 뛰는 걸지도 모름)
- 마라톤 뛰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을 내고 뛰는구나
- 완주하고 나니까 기록 욕심이 생기는구나 (최고로 위험한 생각)
- 소녀시대가 러닝음악의 근본이다.
- 나는 살아있다!!!!
진짜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진짜 안느끼고 싶을만큼 아프기도 했지만..
마라톤 이후로 꾸준히 러닝을 할 줄 알았는데 한달 가까이 쉬어버렸다.
그치만 적어도 이제 장거리 러닝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어느정도부터가 내 욕심이고 어디까지가 내 몸에 좋은지도 배웠다.
내 몸에 귀 기울이는 법을 깨우쳤다.
또 다음 피트니스 여정은 무엇을 테마로 잡아볼까?
아 내일 써야겠다 하는 순간 2주정도 지나가버리는 요즘이다.
여행 후기도 얼른 써야겠다 까묵기전에..!
'대학원 유학일기 > 미국 유학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러분... 저... 됐어요... PhD Candidate 됐어요! (4) | 2026.03.10 |
|---|---|
| 미국 박사 4년차. 2025년 회GO (0) | 2026.01.03 |
| 미국 박사과정 4년차 1학기의 고민.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갈 것인가. (1) | 2025.12.02 |
| 챗지피티의 쓴 말로 무기력한 일요일 동기부여 받기 (8) | 2025.08.18 |
| 미국유학일기 55. 동에 번쩍 서에 번쩍 6-7월,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내 블로그 성장전략 (?) (8) | 202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