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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일기/미국 유학 일기

여러분... 저... 됐어요... PhD Candidate 됐어요!

by 매실이 maesiri 2026.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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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여러분.., 저,, 됐어요!! 머머 됐어요!! 

누가 내 머리 속에서 이 말투를 지워줘 제발.

너무 저급하고 가벼운데 진짜 중독적이야

 

지난주 금욜에 드디어 박사 프로포절 디펜스를 마쳤다.

그 말은 이제 공식 Phd Candidate이 됐다는 뜻이고 

그 말은 프로포절에 제안한 박사 논문만 끝내면 박사학위가 나온다는 뜻이며

언제든 구직을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다. 

요를레이 호

요를레이 후

 

유학 시작할 때는 안 올 것 같던 학위과정이 끝이 언덕 쯔어어어어 너머에 보인다...

 

생각보다 공부나 연구는 별로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힘든 건 사람. 사람...! 그 뿐이었다. (혹은 그 뿐이다. 현재진행형.. 그리고 앞으로도 그뿐이기를 ...) 

 

어떤 일을 하든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일은 하면 된다. 막상 닥치고 보면 일을 해내게 된다. 

그치만 빌런은 나 혼자 어떻게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옆에 나를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도  

주변에 스트레스를 주는 인물이 없다면 

그게 정말 인복 아닐까?

 

난 정말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진짜 많은데

단 한 명이 주는 스트레스가 이 모든 감사함을 무너뜨릴만큼 강력했다.

 

사람 싫어하는 것만큼 죄책감들고 진 빠지는 일이 없다...

바빠 죽겠는데 빌런 하나 있으면 진짜 어이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게된다.

주변에 좋은 사람만 두고 싶은데

일에서 만큼은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될 때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박사야 졸업해서 도망가면 되는데 직장다니시는 분들, 특히 공무원들은 어떻게 견디세요 진짜. 대.단.)

 

매일 아침 샤워하면서 이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그만 싫어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매일 그 다짐이 무너지더라도 매일 새로 다짐하는 것이다.

연구 생각으로 건설적인 아침을 보내고 싶은데  실체없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 점.

부정적 생각으로 몇 주간 급속 노화한 점. 

그게 가장 아쉽고 속상하다. 내 생기발랄함 -70% 돌리도!!!!!

 

돌아간다고 더 나은 방법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년보다 내가 좀 나아진 게 있다면, 나의 이 휴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은 곳에 흩뿌리고 다니지 않았다는 거다.

 

지난 솔로지옥 5에서 홍진경 님이 최미나수의 멘붕 및 뒷담화 장면을 보면서 하신 말씀이 정말 와닿았다. 

 

"사람이 멘탈이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자꾸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자기 얘기하고 그러지 말고,

그냥 좀 가만히 가라앉을 때까지,

그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좀 가만히 있을 줄도 알아야 해요."

 

작년엔 빌런이 빌런짓을 했을 때 정말 불안하고 힘든 마음에

연구실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괜히 뒷담화를 했다는 죄책감에 몇주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절친하다고 생각한/직접적 연관이 없는 3명 정도에게만 털어놨다. (이마저도 안하면 진심 탈모올거같아서)

그래서 그나마 힘든 기간이 짧았던 것 같다. 

명상록이나 논어가 아닌 솔로지옥에서 인생을 배우다니.

 

 

다행히 프로포절 디펜스를 끝내고 나니 부정적 생각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게 바로 디펜스 매직?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예민한 상태에서 내가 너그럽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빌런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지만 

빠른 졸업을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현실에 안주하는 습관을 30년간 길러온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어쨌든 나의 디펜스는 일반적인 1시간 - 1시간 20분의 범주를 훌쩍 넘어 2시간이나 진행되었다.

다행히 내 연구가 너무 별로라 뜯어 고치느라 2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고 (라고 희망)

커미티 멤버들과 흥미로운 논의를 할 만한 주제여서, 그리고 적당히 피드백을 주고 받을 껀덕지가 있는 상태였어서 그런 것 같다.

지루하지 않은 압축적인 두시간이었다.

그간 잃어버린 인류애를 약간은 되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가장 많이 배운 것은

(1) 학계에서 일하는 법, (2)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일을 설득/홍보하고 이해시키는 법, 그리고 (3)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두기 (a.k.a. 사회생활) 이다. 1,2번은 많이 습득이 된 것 같지만 3번은 아마도 평생 갈고 닦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책으로는 배우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고.

경력으로 다져진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이 요즘은 정말정말 존경스럽다.

 

가끔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신경쓰지 말고 너 연구에나 집중해!" 라는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책임없는 말이다.

사회 생활이 안되면 골방에 박혀서 백날 연구해봐야 쓸모없는 일이 될 확률이 높다.

내 마음과 생각에 신경을 쏟기 때문에 내가 AI가 아니고 인간이기도 한거라고 생각한다.

 

학계는 결국 학과 습을 해야되는데 그 안에는 멘토/멘티, 주고 받음이 큰 역할을 한다.

앞으로의 커리어에서 얼마나 크고작은 빌런들을 만나게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의 일들이 초석이 돼서 위기들을 잘 넘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디펜스 일기를 적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인생 고찰이 되었다... 

 

프로포절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는 행운이,

인간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마음에 평안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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