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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쓰는 여행일기 TRAVEL/해외여행

인도 벵갈루루(뱅갈로르) 출장 겸 여행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던데?

by 매실이 maesiri 2025. 1. 15.

인도로 학회를 간다고 했을 때 반응은 두가지로 갈렸다.
1. 우와! 괜찮겠어?
2. 헐.. 괜찮겠어?
 
나는 우와! 쪽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진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가기로 결정한 그날부터 불쑥불쑥 나타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곤 했다.
무사히 다녀오고 나니, 조금씩 쌓였던 묵은 근심걱정이 쑤욱 내려가고 기억이 싹 미화가 되고 있다. 
인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던데..?
 
 1. 한국-4시간-홍콩-6시간-인도 뱅갈로르 일정, 총 10시간 비행

Cathay Pacific. 캐세이 항공을 타고 홍콩에서 경유하는 일정으로 학교에서 끊어줬다.

12월 말에 나의 First name, Last name이 바뀌어서 표가 끊긴 것을 발견해서 바꿔줬었는데 공항 카운터에 가보니

"그게 바꾸려던 흔적은 있는데 끝까지 안 바꾸신 것 같아요.." 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표가 있지만 나에게 줄 수 없고 새로 끊어야 된다고 했다. 어머 shubalance

하여튼간 미국 아름다운 사람들 잘 나가다가 한번씩 화가 치밀어오르게 한다니까 ...

카운터에서 부랴부랴 내 신용카드로 표를 새로 사서 탔다.

엄마는 옆에서 엄청 걱정하셔서 화가 더 났다. 흐옹 그렇지만 다 방법이 있지요.

 

케세이 항공사 밥 진짜 맛있다!

 

하겐다즈를 주던 케세이.. 항공기도 엄청 깨끗하고 모니터도 신식이어서 좋았다.

홍콩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지연없이 바로 벵갈루루 행 비행기를 탔다.

인도행이라 그런지 인도식 치킨요리와 라씨가 나옴 ㅎㅎ.. 샐러드에서도 이국적인 향이 훅,, 이때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공항에 새벽 12시반쯤 도착했다. 공항이 좋다는 건 구글 이미지로 봐서 알았는데 워후 진짜 이쁘다.

 

같이 간 J랑 새벽시간 도착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셔틀 서비스를 하는 호텔을 예약해두었다. 

시내까지는 한시간 정도 차를 타야해서 우버를 막 타기에 조금 무서웠다.

20불 정도 내고 셔틀 예약을 했었는데, 입국 게이트에서부터 종이에 우리 이름을 쓰고 기다리고 계셨다. 

낯선 나라에서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

 

* 참고로 나는 환전을 아예 안하고 갔다. 현금은 달러로만 3불정도 쓴 것 같다.

돼지코도 필요없었다. 모양이 아주 살짝 다르긴 하지만 한국 220 볼트와 잘 호환되었다. 

 

https://maps.app.goo.gl/Xae9VA9f4VZobjgW6

 

St. Marks Hotel, Bangalore · 4/1, St Mark's Rd, Shanthala Nagar, Sampangi Rama Nagar, Bengaluru, Karnataka 560001 인도

★★★★☆ · 호텔

www.google.com

 

생각보다 엄청 작은 세단을 가지고 오셔서 난감했지만 어찌저찌 큰 짐을 싣고 호텔로 갔다.

(지나고 나서 알았지만 인도에서 20불 서비스는 엄청나게 비싼 값이다!)

 

5성급 호텔로 잡아서 호텔 안의 시설은 매우 좋았다.

싼 값에 호캉스 오기에는 good

조식도 작은 공간이었지만 음식이 입에 너무 잘맞아서 싹싹 긁어 먹었다.

 

오후에 바로 학회장으로 가야해서 시내를 볼 시간이 3시간 남짓 뿐이라 조식먹고 바로 후딱! 거리로 나섰다.

나는 무계획인생이라 내키는대로 여행하는 편인데, 같이 갔던 J가 고맙게도 이것저것 플랜을 짜와서 따라다녔다.

 


 

2. 시내 여행 Cubbon Park

https://maps.app.goo.gl/9xTiNpXVrQhKeaho9

 

스리 차마라젠드라 공원 · Ambedkar Veedhi, Bengaluru, 벵갈루루 Karnataka 560001 인도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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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지는 Cubbon Park!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뱅갈로르에는 커번 파크가 있다나.

가는 길에 스타벅스를 들렀다. 인도의 가게들은 영문 간판을 모두 번역해두어서 신기했다.

 

커번파크는 공식 명칭은 Sri Chamarajendra Park 스리 차마라젠드라 공원 인데, 이름이 통치자에 따라서 3번이나 바뀌어왔던 곳이라고 한다. 벵갈루루 사는 친구들에게는 커번 파크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공원에 갔다왔다고 하면 다들 아~ 커번파크? 

 

입구가 길어서, 쭉 들어가면서 점점 소음과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내의 엄청난 교통체증과, 정신없이 빵빵거리는 툭툭Tuk-tuk 들, 기타 거리 소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

 

시설은 많이 낡았지만 곳곳에 식물에 대한 설명이나 조각상, 작은 정원, 벤치들이 많이 보였다.

잔디밭에는 요가를 하거나 누워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물론 뉴욕만큼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보이지는 않았지만, 남자고 여자고 할 것없이 늘어져 있는 사람들이 간혹 보여서 공원 치고는 치안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3. 간디상과 주정부사무소 Vidhana Soudha

 

https://maps.app.goo.gl/Mv4kKTxRsbbfCt8E7

 

Vidhana Soudha · XHHR+R8X, Ambedkar Bheedhi, Sampangi Rama Nagara, Bengaluru, Karnataka 560001 인도

★★★★★ · 주정부 사무소

www.google.com

 

공원을 통과해서 반대편에 있는 방갈로르 주정부 사무소, Vidhana Soudha로 걸어갔다.

실제 정부청사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앞의 펜스에서 충분히 멋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굉장히 오래된, 영국의 손길이 많이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복도에서 간혹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정부청사 앞에 알짱거리고 있는데 툭툭 기사 중의 한 명이 20루피만 주면. 정부청사를 한번 뱅 돌고, 뱅갈로르 궁전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20루피가 얼마인지 찾아보니 0.23 불.. 이 미친(positive) 물가는 뭐지?

루피가 없어서 달러로 준다고 하고 탔다. 기사님으로서는 4배 가격 준다니까 신명이 났을 것이다.

우리에게 투어가이드도 아닌데 사진도 여러 각도와 여러 포즈로 찍어주고, 이것저것 역사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툭툭 컨셉샷도 찍어줌.. ㅋㅋㅋㅋㅋㅋㅋㅋ

 

중간에 정부 인증된 기념품샵도 데려가서 실크 스카피 2개 (각 $12) 와 향 ($5) 과 나무로 만든 코끼리 ($8)도 샀다.

저렴해서 좋았다. 1불짜리 투어 너무 좋잖아..

 

기사님 성격이 활달해서 같이 셀피도 찍었는데 그건 안올려야지,,  ><


4. Bangalore Palace 벵갈루루 궁전

https://maps.app.goo.gl/2cXDNuzxG5xb6EH5A

 

벵갈루루 팰리스 · Bengaluru, 벵갈루루 Karnataka, 인도

★★★★☆ · 역사 유적지 박물관

www.google.com

 

뱅갈로르 궁전은 영국 통치 중에 지었던 또다른 영국식 건물이다.

내부에 과거의 사진들을 전시해두고 인당 5불정도를 받았다.

기사님은 여기 가성비 안좋은 것 같다고 했지만, 미국의 미친(negative) 물가를 매일 접한 우리에겐 그저 천국.

 

아무리 봐도 환상적인 1월의 날씨.. 

 

돌아가는 길에 교통 체증이 어마어마하게 심해졌다.

벵갈루루의 교통체증이 인도에서 제일 심하다고 한다.

원래도 차선을 차선으로 쓰지 않았지만,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지다보니, 3차선도로가 6차선이 되어 우리 툭툭 바로 옆에 닿을 듯 안 닿는 거리에 다른 툭툭이 있고 그렇게 모두 낑겨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5. Electronic City

 

우리 학회 장은 시내에서 또 한번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 Electronic City라는 지구였다.

뱅갈로르는 빠르게 외곽으로 확장되는 중이며 이 지구는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고도 불리우는, 스타트업 양성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라고 했다.

사실 설명만 들으면 모던한 건물도 많고 깨끗하고 젊음이 가득찬 곳일 거라고 기대하고 갔는데

실상은 시내보다 훨씬 개발이 덜된, 말그대로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시골처럼 밀도가 낮냐고 한다면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아예 계획되지 않은, 멋대로 개발된, 도시계획 전공 단어로는 informal settlement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격자 형태나 방사형의 일반적인 계획도시의 흔적이 없고, 대체로 옛날부터 있던 멋대로 생긴 도로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지도 가운데에 표시된, Vinaya Royal Inn에서 머물렀다. 

방은 넓지만, 수건은 딱 1장 주는데 거의 걸레보다 못한 수준으로 낡은 것, 헤어드라이기도 요청해야 10년 쓴 것 같은 것 하나를 주는, 그런 곳이었다. 그치만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착했다. 인도 사람들은 서비스를 할 때 친절하다못해 자기 자신은 너무나도 낮춘다. J는 노비도 아닌데 주인처럼 받든다고 조금 부담스러워했다.

 

호텔 앞의 Hyberabadi Spice 라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https://maps.app.goo.gl/n8GE8mZ4W5fHMX9C7

 

Hyderabadi Spice · Oyester Inn, #V-8, keonics Road, 3rd cross, Indra Nagar, Electronics City Phase 1, Electronic City, Bengalur

★★★★☆ · 하이데라바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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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면서 먹어본 인도요리 중에 제일 맛있었다.★

진짜 너무 맛있다고 욕하면서 먹음

 

치킨 비르야니와 레몬 치킨과 버터 난과 로티를 시켜먹었는데

둘이서 배터지게 먹고 5.6불 나왔다. 

아 또먹고 싶어..

 

산책할 겸 들른 작은 마트에서 한국 라면을 많이 발견했다.

인도에서도 잘 나가는구만

 

 

인도는 참 알 수 없는 거리 디자인이 많다.

이를테면 횡단보도 끝에 막혀있다거나 (이런 경우 5번은 본듯)

나무가 누워 있으면 그냥 나무 밑으로 지나가게 한다거나 (이런 경우도 2-3번 있음)

 

그리고 보도가 애초에 잘 안되었고 있어도 엄청나게 턱이 높다.

 

 

학회장에서 점심이 나올때마다 . 넘맛있게 먹었는데 모두 비건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놀랐다.

비건 음식 많이 먹어봤지만, 인도 비건이 최고야

채소요리에 쓰이는 향신료가 다양하고 커리가 아무렇게나 해도 너무 맛있다보니까 모를 수 밖에.

향신료가 익숙치 않아서 배가 알싸하게 아픈 날이 있었지만 점점 나아지는 걸 느꼈다.

 

 

컨퍼런스 디너 날에는 호텔 루프탑에서 굉장히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었다. 특히 바나나잎 같은 것에 싼 생선구이가 정말 맛있었다.

눈치 보여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영국, 독일, 인도,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박사과정 생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재밌었다.

환경은 달라도,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고도 느꼈다. 

인도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인도가 발전이 빠를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

더우니까, 개도국이니까 게으를 것이라는 건 내 편견이었고

정말 똑똑하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정말로 제 손으로 이 도시와 나라를 바꿀 것 같은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 안에 있던 불상. 상당히 뜬금없다..

 

 

6. 인도 벵갈루루 - 10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0시간-미국 아틀란타 일정, 약 20시간 비행

 

마지막 날은 학회가 끝나고 저녁을 먹고, 바로 집에 가서 공항에 갈 준비를 해야했다.

이쯤되니 너무 피곤해서 여행이고 뭐고, 얼른 미국에 있는 내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었다.

 

 

후졌던 호텔과도 안녕

우버로 무려 29불의 거금을 내고 2시간을 달려 공항에 도착!

갈 때 되니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다. ㅋㅋ

고속도로에서 차선 무시하고 달리든말든 사람 칠뻔하든 말든

벵갈루루 사람들과도 뭔가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운이 좋게도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엄청나게 친절하고, '순박'했다. 정말 순박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이 안되는.

순박하고도 친절하고도 정말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

모든 것이 풍족한데도 불평을 늘어놓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충격적으로 예뻤던 켐피고다 국제 공항

안에 나무가 떠있고 폭포가 여기저기

신기한 모양의 살아있는 나무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시내가 어떻든 새로 짓는 건물들은 삐까뻔쩍이구나

출국게이트 안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넘 좋았다.

누가 몰래 들어와서 테러할 거라는 걱정은 안하나...?

출국까지 2시간정도 기다려야 해서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모든 상점이 운영을 했다.

서점에는 영어 책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책 가격이 미국의 1/3 가격이어서 제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웠던 책들을 샀다.

20시간이나 비행해야됐기에 두권 겟.

둘다 잘 산 것 같다. ㅎㅎ 아직까지도 재밌게 읽는 중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KLM항공을 이용했고, 암스테드람으로 10시간, 아틀란타로 10시간으로 총 20시간정도 비행했다. 가는 길에 카레도 먹고, 기절해서 6시간을 내리잤다. 오징어 게임도 다 보고 영화 '파일럿'도 봤다.

일은 30분 정도 했나.

꿈같았던 겨울휴가가 끝나가는 게 싫어서 끝까지 늘어졌던 것 같다.

 

내가 살면서 또 언제 뱅갈로르를 와볼까?

아니 인도에는 또 올 일이 있을까?

살면서 한번 갈까말까하는 인도여행을 이렇게 내 돈 안들이고, 안전하게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삶에 감사하게 된 날이었다.

젊은 날에 인도 오기로 결정한 나 아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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