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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쓰는 여행일기 TRAVEL

지역 혁신 좌담회, 그에 대한 내 생각 (2018.11.05)

by 매실이 maesiri 201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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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동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계속 광화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사무실을 얻어 활동했었고, 중간부터는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도 동시에 일을 했었다. 박근혜정부와 서울시에서 각각 제공하는 청년창업 혁신시설과 혜택을 동시에 받아본 입장이었다. 그 차이를 체감하는지 궁금하여 인터뷰를 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출장을 나가면 그 도시의 이노베이션 센터를 둘러보고 오곤 했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던, ‘혁신’ 이라는 단어. 하도 보아 낯설지 않으면서도 일이나 학업에 치여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혁신, 더 나아가 지역혁신에 대해 우리 나라의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역불균형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 이 기사에 대해 생각을 적는다.

그동안 얼마나 혁신이라는 것을 가볍게 대했는지 모른다. 좌담회의 사회자가 집은 바와 같이, 균형발전정책에 예산을 적지 않게 투입하고 있으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 나 역시 균형발전에 개입하는 것 자체에, 그리고 그 계획의 정당성에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균형발전 정책이 있어 그나마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시장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에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 것임을 기사를 읽으며 되짚어 보게 되었다.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 다시 생각해본 혁신의 의미에서부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야할지 기사를 보고 든 생각들을 나열해보았다.

기사에서는 지역 혁신을 지역의 자생력과 혁신동력을 키워 성장의 계기를 확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낚시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이 지역 주민들에게 단순 지원금이 아닌 직접 지역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20%가 서울에,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뿐 아니라 남은 지역의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이탈함에 따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젊은 사람의 비율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로 이주하였거나 서울에 살고 있는 내 주변 청년층 친구들에게 지방에 내려가 살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잠시 서울을 떠났던 지인이 있었다. 의공학을 전공하는 친한 언니가 이번 여름방학동안 오송의 연구소로 인턴을 나갔었다 (의무적인 활동으로). 정말 연구소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어서 퇴근 시간 이후가 되면 다들 집 안에만 박혀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으며 생활이 지루하여 일을 하러 가려는 인재들이 없다고 한다. 시내로 나가고 싶어도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자리 창출만으로 수도권의 청년 인구를 분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단적으로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좌담회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은 현재 정부의 정책 공급과잉 상태라는 점이다. 정책에 대한 고민보다는 잘 짜여진 정책을 추진력을 가지고 실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어느정도 갖추었으나 사명감을 가지고 그걸 활용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지역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혁신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류세선 씨의 말대로 지역혁신 작업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약점이다. 주민들, 특히 청년들이 지역혁신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가장 지역을 잘 이해하는, 혁신에 동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지역 주민들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청년 이탈은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연히 막을 수 없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도시 정책의 일환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이상 채용하도록 하는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이 제도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아버지가 지역 공공기관을 맡고 계셔 이 제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역인재’ 보다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싶은데 정책 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능력이 부족한 지역의 젊은이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은 이 제도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씀하셨다. 불균형발전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있지만, 지역인재의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기관에게는 아쉬운 제도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직원들 사이에서도 ‘지역인재’ 와 ‘좋은 인재’ 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불가피하게 생긴다고 한다. 물론 지역균형의 차원에서는 채용이 골고루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유효할지는 미지수이다. 대학교만 두고 생각했을 때에도 신입생 TO를 캠퍼스가 가까운 사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준다고 하면 입학 후 모든 재학생이 잘 어울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지역혁신의 주체가 기업, 대학,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고 기사에서는 이야기 한다. 혁신을 위한 지식 자산, 자본이 많이 축적된 곳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동의하지만, 주체가 속한 단체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주체가 지식자산과 자본이 있어야함은 사실이지만, 지역혁신을 추진한 동력이 있는 사람인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혁신의 동력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해결의 실마리라고 주장한다.

그 해결책을 나는 지역 기반의 청년창업에서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창업지원은 정부차원에서 많은 분산정책을 통해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서울로 몰리고 있다고 본다. 가장 지역의 자원을 잘 알고 있는 청년들에게 창업과 지역혁신, 그들이 가질 기회에 대한 교육을 받고 로컬 이노베이션 센터가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지역혁신을 사회적 경제의 면에서 보며 가치를 찾는게 아니라 철저한 기업의 원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해결책이 장기적으로 과연 의미가 있겠는가.

또한 혁신 사업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혁신에 대한 실험을 더 많이 해보아야 할 것이다. 실패를 많이 해보며 학습을 통해 지역혁신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기사에서처럼, 우리나라는 정책을 세운 후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여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성과 중심보다 과정 중심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역이 스스로 마스터 플랜을 짜야한다는 김영수씨의 말에도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현재 지역들에 추진력을 가진 전문성 있는 사람이 없는 와중에 지역 스스로 마스터플랜을 짤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는 것에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주변지역과 협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잘 이해하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할 수도 있다. 또한 국토 전체의 조화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향식 기관 이전과 상향식 기관 이전 방식 사이에 적절한 중심점을 찾아야 한다.

지역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도권 과밀화가 가속화되어 지역 경제를 관리하는 비용이 더욱 더 커질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소수의 지역 주민들에게 쓰일 세금을 내는 기형적인 모습보다는, 지역들이 자생할 능력을 가지고 자원을 활용하여 스스로 일어나는 미래의 모습을 기대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며 계획가로서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컴퓨터는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다 보니 어떠한 과제가 있으면 (예를 들어 배터리 효율이 낮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거의 무조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명백한 솔루션 (알고리즘 수정이나 하드웨어 교체 등) 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을 넘어 거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역 계획에 있어서, 이번에 지역혁신 정책에 대해 직접 고민해보며 지역 문제는 ‘wicked problem’ 이라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다. 하나의 대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문제의 해결은 또 다른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균등한 기회와 혜택을 주며 공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현상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의 해결과정이 이렇게 복잡한 와중에 가장 효율적이고 최대의 효용을 가지고 올 수 있으려면 계획가로서 균형과 불균등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여 현상을 이해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2018.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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